독일 조별·미국 16강서 탈락
하위 모로코는 첫 16강 진출도

▲ 중거리슛 날리는 지소연. 연합뉴스

“제가 어릴 때 여자축구 경기를 보면 (한 팀이) 12골을 넣기도 했죠. 이렇게 치열한 경기를 보는 게 흥미롭고 즐겁네요. 어떻게 풀릴지 모르니까요.”

독일 여자 축구대표팀의 레나 오버도르프는 한국과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여자축구 추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오버도르프는 승부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 팀들 간 ‘전력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1대1로 비긴 독일은 콜롬비아과 모로코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8일 이번 대회 8강 진출 팀이 확정됐는데, FIFA 랭킹 1·2위인 미국과 독일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세계 최강’ 미국도 스웨덴과 16강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쓸쓸히 발길을 돌린 강호가 둘뿐만이 아니다. 도쿄올림픽 우승팀 캐나다(랭킹 7위)와 ‘전설’ 마르타가 이끈 브라질(8위)은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다.

지난해 유럽여자축구선수권대회(여자 유로 2022) 우승팀인 잉글랜드는 랭킹 40위 나이지리아와 승부차기 끝에 어렵게 8강 무대를 밟았다.

반면 우리나라와 대회 1차전을 2대0으로 이긴 콜롬비아(25위)는 사상 최초로 8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썼다. 여자 월드컵에서 랭킹 20위 밖의 팀이 8강에 오른 건 처음이다.

여기에 ‘전통의 강호’로 묶이는 개최국 호주(10위)와 2011년 우승팀 일본까지 미주·유럽 밖에서는 총 3팀이 8강에 남았다.

직전 2019년 프랑스 월드컵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당시 8강에는 ‘1강’ 미국을 뺀 7팀이 모두 유럽팀이었다.

이번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는 강호라고 다 승승장구하는 그림은 없다.

2003년 여자 FIFA 랭킹이 신설된 이래 1, 2위 팀이 처음으로 8강에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직전 대회까지만 해도 1, 2위 팀은 무난하게 16강을 통과했다.

범위를 16강으로 넓혀봐도 이번 월드컵에서 ‘변방의 팀’들이 가장 많이 올라왔다.

참가국이 24개국으로 늘면서 16강 토너먼트가 자리 잡은 2015년 캐나다에 이어 2019년 프랑스 대회까지 모두 랭킹 20위 밖에서는 2팀만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올해 대회는 ‘랭킹 20위 밖’ 팀이 5개로 늘었다. 콜롬비아를 비롯해 나이지리아(40위), 자메이카(43위), 남아프리카공화국(54위), 모로코(72위)가 16강을 밟았다.

특히 모로코는 아랍권 국가 중 처음 여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고, 랭킹 70위권 팀으로는 최초로 16강에 오르는 쾌거도 이뤘다.

콜린 벨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개막 전부터 ‘우승 후보’로 8팀까지 꼽을 만큼 전력 평준화가 이뤄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벨 감독은 대회 최종 명단을 발표한 지난달 5일 기자회견에서 “직전 대회 우승 후보는 2~3팀이었는데 이번 월드컵은 6~8팀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에 패하고 모로코전을 앞뒀던 지난달 29일에도 벨 감독은 “이번 월드컵 경기들을 보면 알겠지만 아주 치열해서 어느 방향으로든 흐를 수 있다”며 ‘집중력 싸움’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벨 감독을 포함한 전 세계 지도자들은 이런 현상이 여자축구가 발전을 거듭한 방증이라고 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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