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전통제철기술인 울산쇠부리기술이 문화재청의 ‘2024년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 사업’에 선정됐다.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 사업은 지역의 비지정 무형유산을 선정해 대표 문화자원으로 지원·육성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울산쇠부리기술과 함께 선정된 사업은 총 30개로, ‘조선군영 취고수악대 발굴·육성’ 등 공연예술부터 ‘너와·굴피 채취 및 잇기’ 등 전통기술까지 포함됐다. 지자체들은 이번 사업들에 대한 조사·연구, 학술대회, 전승자 육성 교육프로그램 등을 2024년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울산쇠부리기술은 울산 지역만의 특징적 제철기술로, 조선시대를 통틀어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달천광산의 특산품인 토철을 쇠부리가마에서 제련해 판장쇠를 생산하고, 이를 소재로 무쇠솥과 각종 철기를 제작했다. 혹자들은 울산쇠부리기술의 명맥이 이어져와 마침내 울산지역 제조업을 태동시켰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문화유산이 부족한 울산에서 쇠부리기술이 ‘2024년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 사업’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 없다. 더구나 ‘쇠부리’(쇠를 부리다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가 ‘쇠부리 노래’ 등 여러 방면으로 육성·발전되고 있는 점은 문화도시 울산을 풍족하게 만드는 촉매나 다름없다. 이번 울산쇠부리기술사업 선정으로 국비 8500만원, 시비 4250만원, 구비 4250만원 등 총 1억7000만원이 확보됐다고 하니 쇠부리기술의 전수와 연구가 더욱 촉진되기를 기원한다.

울산 쇠부리는 전국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울산만의 독특한 ‘복합제철문화’다. 쇠부리에는 불매(쇠를 달구거나 쇳물을 녹일 때 불을 지피는 기구), 토철(철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흙), 두두리(쇠를 다루는 장인), 무질부리(전통 주물의 순 우리말), 판장쇠(쇠를 녹여 판에 찍어낸 쇳덩이) 등 다양한 용어가 등장하는데, 전국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말이다. 여기다 ‘불매소리’는 쇠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러진 전국 유일의 노래소리다. 한마디로 쇠부리에는 울산만의 독보적인 제철기술에다 노래, 여기에 들어가는 다양한 용어들이 융합된 울산 특유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울산시는 이미 지난 2019년 ‘쇠부리 소리’를 울산시 제7호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쇠부리기술도 꾸준한 연구를 통해 미래 무형유산으로 등록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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