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습과 무게를 합친 말 ‘인생’

▲ 설성제 수필가

우리는 인생을 통틀어 알기란 어렵다. 어떠한 인생이든 측량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생이기 때문이다. 쪼개고 쪼개어 작디작은 조각으로 분리해보아도 자세히, 깊이 알 수 없고 무게는 잴 수조차 없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정재찬 교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인플루엔셜)은 일곱 챕터로 나눠져 있고, 또다시 두 개의 가지로 쪼개었다. 가지 하나에도 잔가지를 여럿 달았다. 인생에 대한 시 강의 모음집으로 나온 책인데, 인생을 이리 따뜻하게 만져보는 시의 손길이 깊다. 높다.

시와 더불어 저자는 영화, 소설, 드라마, 가요 등 여러 콘텐츠로 인생의 살을 발라가며 맛을 보여준다. 짜고 시고 달고 쓰고를 한 가지씩 보여주는가 하면 이런 맛들이 묘하게 얽혀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인생의 초여름을 지난 후부터의 맛이랄까. 어쩌면 가을의 맛을 인생의 참맛이라고 보면 될까. 알록달록하고 선선한 가을의 속맛. 채플린의 말처럼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 가슴 저리게 와 닿으면서 지금의 시간을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후벼보게도 한다. 자신의 냄새와 맛을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우리 인생의 선두는 ‘밥벌이’다. 모든 인생은 밥벌이를 뗄 수 없다. 밥을 벌어 누군가를 먹여 살리는 것, 누군가에게 붙어 밥을 얻어먹는 것 모두 막론하고 밥은 인생의 필수다. 어쩌면 밥과 인생은 동의어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하나가 저절로 무너지는 것. 그래서 인생이 달려있는 밥벌이는 지극히 숭고하다.

또 다른 주제들인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로 구성되어 있다. 수많은, 다 알 수 없는 인생 이야기들을 시의 직소퍼즐로 조금이나마 꿰어볼 수 있고 신의 눈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견딜만한 봄여름 지나 물든 가을로, 종내 겨울을 맞이하는 인생. 어쩌지 못하는 온갖 고뇌와 슬픔이 뒤섞여 묘한 빛의 쓸쓸한 아름다움을 남기는 인생에게 그냥 감사.

설성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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