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고금리 여파
은행대출 상환 못한 돈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
울산신보 올해 300% 급증
손실보전 절반가량 그쳐

울산신용보증재단이 보증을 선 소상공인 대신 갚아야 할 대위변제액이 30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빚을 제때 못 갚는 소상공인이 늘다 보니 울산신보의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25일 울산신보에 따르면, 울산신보가 부담해야 하는 대위변제액이 지난해 연말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위변제는 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 준 지역신용보증기금이 상환하지 못한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것을 말한다.

울산신보의 대위변제액은 지난 2020년 111억원, 2021년 98억원, 2022년 84억원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불과 8개월 동안 발생한 대위변제액은 192억원으로 벌써 지난해 대위변제 규모를 크게 뛰어넘었다. 울산신보의 올해 1~8월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1~8월 57억원 대비 296.9%나 급증한 것이다.

울산신보의 대위변제액이 급증한 이유는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여파 때문이다.

코로나 엔데믹에 따라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큰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업종이 많아 상환 부담이 작지 않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가 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은행을 통해 긴급 자금을 대출할 경우 은행은 단기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CD금리를 기준으로 대출을 실시한다. CD금리는 변동 금리여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여파에 상환 시기가 도래한 소상공인 등의 자금 부담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이 커지는 것은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로부터 확보한 ‘지역신용보증재단 사고·대위변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은 1조7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배에 달했다.

국내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은 2020년 4420억원, 2021년 4303억원, 2022년 5076억원으로 소폭 상승하다가 올해 8월 현재 1조원대로 급증했다.

대위변제액이 늘어나면서 울산신보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울산신보는 대위변제액 전액을 은행에 지급한 뒤 신보중앙회에 재보증을 청구해 손실을 일부 보전한다. 그러나 보전액은 총 손실액의 50%가량에 그치고 있어 나머지는 울산신보가 책임져야 한다.

울산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가 오른 뒤로 사고율이 1%대에서 4%대로 크게 올랐다”며 “현재 추세가 변할 만한 조짐이 특별히 없는 만큼 당분간 사고율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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