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환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계절은 돌고 돈다. 거기에 발맞춰 절기(節氣)도 어김없이 돌고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우리는 추석을 앞두고 있다. 찌는 더위도, 쏟아지는 폭우도 어쩌면 추석이라는 ‘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마디가 아닐까 싶다. 들녘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보고 있으면 절로 배부르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탐스러운 과실을 보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 가을과 가을 사이에 추석이 들어있는 절기의 절묘함에 새삼 감탄한다.

지난 몇 년 사이 추석은 명절다운 분위기를 낼 수 없었다. 코로나 사태가 촉발된 이후 이동과 만남, 모임을 자제했어야 했기에 도리어 추석은 거추장스러운 연휴가 되고 말았다. 잠시 잠깐이나마 분단과 이산으로 고향 땅을 찾지 못하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실향민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면 과한 비유일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추석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는 현실을 체감하는 날이었다. 이제 그 발목과 마음을 붙잡았던 족쇄(足鎖)가 조심스럽게나 풀렸다. 아직도 코로나는 여전히 바이러스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호시탐탐 공동체의 평안을 깨트리려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라는 추석의 설렘과 기대를 막을 순 없다. 필자(筆者)는 틈나면 전통시장을 비롯하여 골목상권을 둘러본다. 추석 명절을 앞둔 시장과 골목은 활기와 활력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코로나의 발목에선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경기침체라는 걸림돌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탓이다. 폭염과 폭우로 농축산물의 작황이 예년보다 못한 것도 한 요인이다. 이래저래 우울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추석은 추석이다. 이번 추석을 계기로 명절이 대목이라는 등식이 다시 성립할 수 있길 바란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추석 장보기도 좋지만, 이왕이면 덤과 정이 넘치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많이 애용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추석으로 떠들썩할 때 오히려 상대적 외로움과 박탈감을 더 크게 느끼는 이웃도 많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라는 속담처럼 어렵고 힘들 때 고난의 짐을 나눠서 질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이웃사촌이 되는 지름길이다. 옛날에는 담과 벽을 사이에 둔 이웃끼리 서로 가진 것을 주고받으면서 정을 돈독하게 쌓았다. 아파트 중심의 도심에서 담과 벽을 넘어 교류하긴 쉽지 않겠지만, 마음을 터놓을 용기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추석은 쉼인 동시에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고, 한해의 수고로움으로 거둔 결실을 이웃과 나누는 데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와 우리 시의회에서도 추석을 맞아 더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해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노인, 장애인, 이주여성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들이 거주하고 활동하는 공간을 찾아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고충과 애로를 듣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명절이면 찾는 의례적인 방문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경청의 결과는 의정활동에 접목시켜 사회적 약자들이 재활과 자활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입법 활동으로 연결시키겠다. 상임위원회별 또는 지역구별로 추석 명절의 넉넉함과 푸근함을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현장을 찾고, 시민들의 진솔한 목소리도 귀담아듣겠다. 언제 어디서든 울산광역시의회가 곁에 있어 든든함을 가질 수 있도록 추석을 계기로 한 번 더 의정활동에 고삐를 죄겠다.

이번 추석 명절은 임시공휴일이 끼여 최장 6일의 연휴가 이어진다. 코로나와 경기침체, 국내외 안팎의 여러 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지만,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고, 가족을 만나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길 기대한다. 맡은 바 업무로 연휴에도 쉴 수 없는 현업 근무자들도 마음만은 둥근 보름달처럼 풍성하길 바란다. 추석만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모두가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필자와 우리 시의회도 시민과 울산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

김기환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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