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상건립 예산 삭감 논란 후 위축 시의회
시정 동반자로서 견제·비판기능 작동의문
올바른 민의 반영, 대의기관 책무 다해야

▲ 신형욱 부국장 겸 정경부장

지난달 15일 2023년 울산시 3차 추경예산이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울산시의회 본회의장. 임시회가 폐회하자 김두겸 울산시장이 시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그런데 일부 의원들과는 그러지 않았다. 해당 시의원들은 곤혹스러워 보였다. 일반적으로 본회의가 끝나면 시장이 시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는게 관례처럼 여겨져 왔는데 이날은 아니었던 듯하다.

이유가 뭘까? 악수를 나누지 않은 의원 면면을 보면서 추론이 가능할 듯하다. 시의회 특정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다. 이 상임위는 이전 임시회에서 울산시 기업인 흉상(조형물) 설치 사업을 심사한 상임위다. 당시 이 상임위는 기업인 조형물 사업이 시급성이 떨어지고 시민 여론 수렴 등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이후 예결위에서 예산이 부활하고, 다시 시가 사업을 철회하면서 머쓱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본회의 악수 사건은 당시 앙금의 여진이 아닐까 여겨질 법하다. 시장이 당초 삭감을 주도했던 이 상임위 소속 일부 의원들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해당 의원들은 큰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임시회에서 논란이 된 세계 최대의 성격책, 태화사 복원 등 시의 ‘역점 신사업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는 사업의 시급성, 여론수렴 미흡 등 지적에도 해당 상임위를 무사히 통과했고 예결위, 본회의를 거쳐 확정됐다. 직전 임시회에서 흉상 설치 사업과 관련 인물 선정위원회 구성, 대상자 선정, 공론화 등에 문제가 있다며 삭감을 단행한 것과는 달랐다.

시정을 대하는 시의회 전체 분위기도 예전과 다소 달라져 보인다. 시의 정책 등에 대해 협력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읽힌다. 국민의힘 일색인 의원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숨기려 하지 않는다. 참패했던 민선 7기의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같은 당 소속 집행부와 괜한 분란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우려의 소리는 있다. 시정의 무한책임은 시장에게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의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시정이 민심에 이반되거나 민의가 왜곡될 땐 올바른 의견을 전달하고 제대로 길을 잡도록 하는게 의회의 역할이다.

김 시장은 이전 흉상 건립 관련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일자 이를 비판하며 “시민 대의기관인 울산시의회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라고 했다. 최근의 시의회의 모습을 보면 시장의 이같은 인식(?)과도 동떨어져 보인다. 내심 집행부의 사업 추진이 일방적이고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면서도 공론화엔 극도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로선 감시·견제라는 의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아하다. 이에 과거 진영논리에 휩싸였다가 참패한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선 8기 울산시정에 대한 평가가 악화됐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리얼미터가 시행한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에 따르면 지난 8월 김두겸 울산시정은 긍정평가가 49.0%로 취임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부정평가는 41.4%다. 취임 첫달인 지난해 7월 긍정평가가 59.8%로 8개 특광역시 전국 1위, 전국평가 3위에 올랐고, 지난해 9월 평가에선 62.7%까지 올랐다. 하지만 1년을 넘기면서 긍정평가가 13.7%p나 빠졌다. 김 시장의 6·3 지방선거 득표율 59.8%보다 10.8%p가 낮다.

나빠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시의회도 자유롭다곤 할 수 없을 듯하다. 이전에 비해 민선 8기 의회의 권한과 위상은 한층 강화된 상태다. 인사권이 독립됐고,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대폭 확대됐다. 걸맞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과거 진영논리에 매몰돼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하다 민심 이반이란 부메랑을 맞은 전례도 보지 않았던가. 지방의회가 집행부의 올바른 변화와 혁신을 견인하고 제대로 된 민의가 수용되는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시정을 제대로 알려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게 하는 것도 시의회의 역량이다. 집행부의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상생관계 형성 노력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신형욱 부국장 겸 정경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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