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상헌 문화부장

울산은 도시 이름에 산(山)을 가지고 있다. 울산은 산이 있어 아름다운 도시다. 산이 있어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울산의 산은 울산의 경계이자 자산이다.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무한한 도전의 공간이다. 울산의 ‘자산’인 산에는 억새라는 ‘자원’도 있다. 지금 그 자산에는 자원인 억새가 피고 있다. 억새의 이삭이 바람에 풍화하며 정상에 오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무릉도원’을 선사한다.

33만㎡에 이르는 억새평원은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어우러진 은빛 억새가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거친 저음을 쏟아낸다. 해발 900m의 높이에 자리한 탁 트인 평원, 그 평원을 뒤덮은 억새밭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자연이 울산 시민에게 준 특별한 선물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울주문화재단 울주문화예술회관은 지난 2010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에 맞춰 또 하나의 자원을 신불산 간월재로 번쩍 들어다 옮겨 해마다 ‘울주 오디세이’를 펼치고 있다. 울주 오디세이는 실내에 갇힌 무대가 아니고 살아 숨 쉬는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과 관객이 함께 호흡하도록 만든 위대한 작품이자 영남 알프스에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이다.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오디세이라면, 울주 오디세이는 산과 억새와 사람의 작품이다. 울주 오디세이는 신화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만남이다. 그 만남을 위해 배내골이나 간월산장에서 2~3시간 산행도 감내한다. 무대를 보기 위해 땀 흘리는 노고가 없이는 찾아갈 수 없다. 묵묵히 산길을 걸어 올라가야만 울주가 들려주는 오디세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울산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을이면 울주 오디세이를 찾아 어떤 환상적인 무대가 열릴지 기대한다. 2019년 태풍 미탁으로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을 때나, 2020년 코로나로 아쉽게 취소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신불산 간월재 특별무대에서 하늘이 열리는 개천절을 즈음해 열렸기 때문이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가을에 열렸을 때도 연계한 관객이 많이 찾았고, 2018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대표 공연예술 공모로 선정돼 국비 지원도 받을 정도로 울산 울주의 대표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울주 오디세이 무대는 신불산 간월재에 설치되지 않는다.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간에 맞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움프시네마에 무대가 설치되기 때문이다. 2~3시간의 산행할 필요는 없어졌다. 다만 살아 숨 쉬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울주 오디세이만의 무대는 없다.

음악의 장소성은 중요하다. 그건 몰입과 감동을 동시에 가져다줄 수 있는 장치다. 울주 오디세이는 산 위의 음악으로 관객이 받아들이는 감동의 진폭이 크다. 울주 오디세이는 가장 울주다운 무대를 펼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콘텐츠다. 어디서만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콘서트가 아닌 울산 울주만의 특색을 갖춘 감동을 자아내는 무대로 부활하길 기대한다.

전상헌 문화부장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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