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섭 사회부 기자

그야말로 ‘우후죽순’이다. 주택가는 물론 초등학교 주변도 경계가 허물어진지 오래다. ‘성인 PC방’얘기다.

책가방을 맨 어린이들 눈에 과연 성인 PC방은 어떤 장소로 보여질까. 학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이 성인PC방 주변에 통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민원 및 현수막 게시로 불만을 표출할 뿐이다. 없어지면 또 인근에 생기기 십상이다. 기자는 심층취재를 위해 아껴뒀던 30만원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최저시급으로 하루 8시간 기준 4일 치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하지만 이 큰돈이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허공으로 사라졌다.

성인 PC방은 왜 이렇게 우후죽순 생겨날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저비용, 고리턴이다. 업장을 차리는 데 비용이 적게 들고, 단속이 적은 데다 단골들을 확보하면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지 사장을 내세워 쩐주는 단속을 피하는 방법이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둘째, 환전의 신뢰도와 도박을 했다는 증거 유무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하면 많은 도박 사이트가 검색된다. 하지만 이 중 환전이 제대로 이뤄지는 도박 사이트가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도박꾼들 사이에서 신뢰도 높다고 평가돼도 언제, 어떻게 환전이 중단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면대면으로 환전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또 도박 사이트는 서버가 압수되면 그간 화전 및 도박 행위에 대한 증거가 입증되지만, 성인PC방의 경우 별도의 아이디를 통해 도박하기에 현장에 검거되는 것 외엔 도박 행위 입증이 어렵다. 셋째, 느슨해진 허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몇 년 전에는 허가 자체가 너무 안나 성인PC방이 매물로 나오면 선금까지 걸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 반경 200m 밖에 입점 등 필요 요건 갖추면 학교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에도 성인 PC방을 설립할 수 있다.

현재 성인 PC방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따라 일반 PC방과 함께 모두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으로 분류된다. 울산 북구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들은 정확한 수 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일선 담당자들은 성인PC방이 폭발적으로 증가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북구 소재 성인 PC방은 91개고 작년에만 38개가 신설됐다.

경찰 역시 성인 PC방의 핵심인 ‘환전’ 행위의 현장 적발이 어려워 신고가 접수돼야 수사하는 실정이다. 관련법 미비와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이유로 성인 PC방은 우리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 도박 광고판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영향의 최대 피해자는 청소년이다. 하루빨리 설치 지역 제한 등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서라도 청소년과 성인 PC방을 분리해야 한다.

신동섭 사회부 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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