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 등 동분서주 열성 활동에도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머물러있는 상황
집권당이 국정운영의 동력 만들어내야

▲ 김두수 서울본부장

2023년 10월1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간 제2의 중동전쟁이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체 주민 23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110만명에게 24시간 이내에 가자에서 떠날 것을 통보한 급박한 시점이었다. 때문에 국제공항은 아무 비행기에라도 몸을 실으려는 피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같은 시각, 대한민국 공군 KC-330 시그너스 수송기가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대기 상태. 이스라엘을 오가는 민간항공사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군수송기를 이스라엘 현지에 급파한 것이다. 공항에서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구르던 한국인들은 현지 대사관의 안내로 제빠르게 수송기에 올랐다. 우리 국민 163명이 “이젠 살았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우리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공항에서 숨을 죽이며 일본행을 기다리던 일본인 51명도 함께 태웠다. 빈 자리에 싱가포르인 6명을 더해 만석을 채웠다. 언제 화염에 휩싸일지 모르는 생사의 기로에서 우리 군수송기는 11시간을 날아 14일 오후 10시45분 성남 서울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스릴 넘치는 전쟁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용산 대통령실 출입기자인 필자는 물론 국민과 여야를 초월한 정치권도 오랫만에 감동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우리 외교부와 포털 SNS에도 수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특히 일본 누리꾼들은 현지 보도를 공유하며 “한국군 여러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일본인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해준 그 마음과 행동에 감사하다” 등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다. 한국 누리꾼들도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사의를 표했다. “카미가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미즈시마 고이치 주이스라엘 일본 대사가 각각 외교채널을 통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우리 정부가 전했다.

6·25전쟁 이후 각국에게서 원조를 받아오다가, ‘한강의 기적’을 이룬뒤 OECD 경제 대국 10위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확인시켜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직후부터 외교에 큰 비중을 둬왔다. 삐걱거리던 한일관계 복원에서부터 철통같은 한미안보의 ‘윤석열식 한미동맹’, 나아가 한·EU경제협력 외교 등 숨가쁘게 달려왔다. 전쟁광 푸틴의 대척점에 선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접 만나선 힘을 실어줬다. 22일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4박5일간 국빈 방문, 한·사우디 정상회담에선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등과 관련한 평화 기여 방안 및 경제 협력을 집중 논의했다. 한국의 위상과 세계속의 경제 발전을 위해 중동 화약고 최근접까지 날아간 것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30%대 답보상황에 있다. 여러가지 요인이 얽히고 겹치면서 국정운영 전체에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 동분서주해 온 윤 대통령으로선 무척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은 ‘민심’을 인정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참모들의 동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집권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도 큰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직후부터 뒤숭숭한 여권 지도부는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하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임에도 무엇이 우선 순위인지조차 모른 채 갈팡질팡해 보인다. 자신들의 생존만을 위한 작은 ‘손익계산’에 안주하는 건 두번 죽는 꼴이 된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을 ‘사지’로 몰아넣는 우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당의 재건과 관련, 설령 대통령이 ‘조용하게’라고 언급했어도 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동력이 되는 특단의 처방책을 내는 게 ‘정치의 기술’이고 리더십이다. 최고 선출직인 대통령과 여야 정당지도부는 민심이 곧 정치생명이다. 집권당은 지금 ‘조용하게’ 허송세월을 보낼 때가 아니다. 회오리 바람이 불더라도 제대로 처방할 때다. ‘벤구리온 국제공항 귀국 대첩’과도 같은 감동모델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또한 향후 국정운영의 또 다른 모델로 접목시켜 윤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다.

김두수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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