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 암 발병률 ‘1위’
서구화된 식생활·저출산 등
에스트로겐 노출기간 늘어나
발병 환자 꾸준히 증가세
조기 검진·발견 증가도 원인

▲ 김상윤 보람병원 외과 전문의가 유방암 조기 검진을 받으러 온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매년 10월19일은 유방암 조기 발견과 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세계 유방암의 날’이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 암 중 1위로 2013년 이후로 매년 2만명이 넘는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서양에 비하면 발생률이 3분의 2 정도 수준이지만 서구화된 식생활과 늦은 결혼, 출산율 저하 등의 요인으로 다른 암종과는 달리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 상피내암을 포함하면 연간 3만명에 육박하는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유방암 예방과 조기 검진에 대해 김상윤 보람병원 외과 전문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조기 발견 생존율 90% 이상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이다. 유방암 발생자 수는 2000년 6000명대였으나, 2006년 1만2000여명으로 2배 늘었다. 급기야 2020년에는 2만4000여명까지 증가했다. 인구 대비로 보아도 여성 인구 10만명당 유방암 환자 수가 2000년 26.3명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는 115.6명으로 늘었다.

유방암의 발생 증가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서구화된 식생활과 비만, 늦은 결혼과 출산율 저하, 수유 감소,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으로 인해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의 증가 등의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유방 검진의 활성화를 통한 조기 발견의 증가도 유방암 발생률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방암은 예후가 좋은 암에 속하며, 치료에 대한 연구가 다른 암에 비해 많이 발전돼 조기 유방암(0~2기)의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또 유방암 검진의 활성화로 인해 조기 유방암 환자의 비율이 2002년에 38.1%에서 2019년에는 61.6%까지 증가했다.

◇식이요법·운동부터 시작

유방암을 예방하는 첫걸음은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유방암의 위험인자로는 여성호르몬, 식이요법과 운동, 음주, 가족력 등이다. 이 중 가장 큰 위험인자는 여성호르몬이다. 유방 세포는 기본적으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자극에 의해 증식하게 된다. 또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은 증가한다. 최근에 사회적 이슈가 되는 출산율 저하와 점점 늦어지는 초산 연령과도 연관되며, 이른 초경 및 늦은 폐경, 비만, 폐경 후 호르몬 대체요법 등도 기여한다.

김상윤 보람병원 외과 전문의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 다른 부분은 당장 해결하기 어렵더라도, 유방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이와 운동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며 “서구화된 식이요법과 활동량 감소로 인한 비만은 심뇌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비만세포 자체에서 직접 에스트로겐을 생성하기 때문에 유방암의 직접적인 위험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의는 “특히 복부비만이 있는 경우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기에 가공식품과 정제 탄수화물, 단순당, 튀김 등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 등은 꼭 피해야 한다”며 “이런 음식들은 비만은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암 발생의 위험 요소다”고 강조했다.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음식들에는 브로콜리, 케일 등 비타민이 다량 함유된 채소, 통곡물, 견과류, 베리류, 콩과 두부, 계란, 생선 등이 있다.

이런 음식은 최근에 유행하는 ‘지중해 식단’이나 ‘MIND 식단’과도 일치하는데, 이런 식이는 암 발생과 노화 예방에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꾸준한 운동 또한 비만과 유방암 예방에 필수이다. 하루 30분~1시간 정도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한다면 유방암뿐만 아니라 비만과 그에 따른 다양한 대사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예방만큼 중요한 조기 발견

유방암을 예방하는 것만큼 중요한것은 조기 발견이다. 조기 발견 생존율은 높지만, 4기의 경우에는 생존율이 30% 미만에 불과하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조기 검진을 통해 유방암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자가검진은 정확도는 낮으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유방암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김 전문의는 “현재 유방암 검진 권고안은 40세 이상부터 2년에 한 번씩 유방촬영을 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여성 70~80%에서 나타나는 치밀유방인 경우 유방촬영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런 경우에는 유방촬영에 더해 유방초음파를 함께 해야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기계로 1000장이 넘는 초음파 사진을 찍어 3차원으로 재구성해 판독하는 ‘3D자동유방초음파’도 상용화되었다. 방사선 노출이 없으면서 훨씬 더 정밀한 검사가 가능하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유방초음파 등 더 정밀하고 정확한 검사 방법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최신 기술들이 유방암의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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