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표적인 ‘부실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한계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총부채 20조원’이 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올해 사장과 임직원 보수를 타 공기업보다 크게 인상한데 이어 직원들에게 정부 지침을 무시한 채 수백억원에 달하는 초저리의 주택자금과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해 줬다. 그런데도 자구 노력만으론 재무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에 추가 재정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국가가 부여한 에너지수급권을 볼모로 ‘배째라식’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커녕 방만경영을 서슴지 않고 있는 공기업 혁신을 위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석유공사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직원 363명에게 총 379억원 가량의 주택자금을 대출해 줬다. 그런데 정부의 지침을 무시한 대출이 많았다. 시중금리 보다 최대 3.14%p 낮은 초저금리 대출에다 지침한도(7000만원)을 초과한 1억5000만원을 대출한 경우도 많았다. 지원대상이 아닌 85㎡ 를 초과한 주택구입까지 지원한 경우도 있었다.

직원 1204명에게 총 365억9000만원을 지원한 생활안정자금도 문제가 많았다. 공사는 2.85% 고정금리 대출로 시중금리 보다 최대 2.49%p 낮은 금리로 지원하는가 하면 667명에게는 대출한도(2000만원)를 초과해 283억원을 지원했다. 이런 식의 대출이 전체의 77.3%에 달했다. 또, 정직 직원에 대한 보수지급, 수십억원의 용역계약을 독단적으로 진행한 현지 법인 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사례도 있었다.

최근 수년간 국회 국정감사, 산업부 감사 등을 통해 꾸준히 재정낭비에 대한 지적을 받고도 공사의 ‘방만경영’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석유공사의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총 부채는 20조1957억원에 달한다. 2020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해 6월 석유공사를 ‘투자부적격’에 해당하는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부채도 심각한데 계속해 직원들에게 ‘황제 대출’을 해주고 재정 낭비 요인을 적발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공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빌미로 정부에 또 손을 내밀고 있다. 국민혈세로 돈잔치하는 방만경영의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 이젠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특단의 메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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