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금 등 받지 못하지만
가족들 나서 선수와 메달 합작
“이들 없이는 경기진행 불가능”

▲ 보치아 최예진(오른쪽)과 어머니이자 경기 파트너인 문우영.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장애인 스포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상생하는 법을 보여준다.

장애인 스포츠가 비장애인 스포츠와 가장 다른 점은 ‘경기 파트너’의 유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 선수가 하기 어려운 부분을 도우며 경기에 함께 참여한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경기 파트너와 선수가 상생하고 있다. 사이클 김정빈과 윤중헌은 23일 남자 시각장애(MB) 4,000m 개인 추발에 이어 26일 18.5㎞ 도로 독주에서도 금메달을 합작해 동반 2관왕이 됐다.

이들이 탄 자전거는 ‘탠덤 사이클’이다. 앞쪽에서 비장애인(파일럿)이 핸들을 조작하면서 페달을 밟고 뒤에 타는 장애인 선수는 페달만 밟는다.

파일럿 윤중헌이 조종사 역할을 하고, 망막색소변성증을 가진 김정빈이 엔진이 됐다.

김정빈과 윤중헌은 메달도 함께 받았다. 늘 함께 훈련하기 때문에 소속팀도 전라북도장애인사이클연맹으로 같다. 공을 굴려 표적구에 가까이 던져야 이기는 보치아에는 경기 파트너들이 많다. 혼자 힘으로 공을 들 수 없는 BC3 등 중증 장애 선수들에게는 경기 파트너가 늘 함께한다.

선수의 지시에 따라 경사를 이용해 볼을 굴리는 홈통 방향을 변경하고 경사면에 볼을 올려놓는 게 파트너의 임무다.

경기 파트너는 경기장을 등지고 앉는다. 경기장을 바라보면서 작전을 세우는 등 경기에 직접 개입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보치아 경기 파트너는 트레이너, 코치, 식구 등 다양하다.

강선희(광주장애인보치아연맹)의 파트너 박세열은 트레이너다. 정호원(강원도장애인체육회)의 파트너 김승겸은 국가대표팀 코치다. 최예진(충남도청)은 어머니 문우영 씨를 파트너로 택했다.

시각장애인 육상 선수 곁에는 가이드 러너가 밀착한다. 가이드 러너와 선수는 ‘테더’라는 탄성이 없는 끈을 맞잡는다.

가이드 러너는 선수보다 절대 앞에서 뛸 수 없다. 선수 옆 또는 뒤에서 뛰면서 말을 하거나 테더를 당기면서 달릴 방향을 지시해준다. 가이드 러너도 메달을 함께 받는다.

경기 보조원과 생활 보조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활 보조원은 식사, 목욕, 환복 등을 돕는다. 대부분 식구, 특히 엄마 또는 남편, 아내가 주로 한다.

한국은 이번 항저우대회에 선수 208명, 임직원 137명을 파견했다.

경기 파트너, 경기 보조원, 생활 보조원, 훈련 보조원은 임직원에 포함된다. 경기 파트너는 메달은 받지만, 정부가 주는 연금은 받지 못한다. 경기 보조원, 생활 보조원은 메달도, 연금도 없다.

박혜은 장애인체육회 홍보부장은 “이들 없이는 장애인 종목이 진행될 수 없다”며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장애인 곁에 늘 머물면서 그림자같이 장애인들을 돕는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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