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독일 클리마하우스(Klimahaus)
기후 변화 다룬 세계 최초 박물관 ‘클리마하우스 동경 8도’
독일·스위스·남극·사모아·알래스카 등 사막부터 남극까지
해수면 상승·해일·폭풍·폭염 등 ‘극과 극’ 기후 체험 인기

▲ 외벽 3체를 곡선형 유리로 마감한 독특한 외관으로 브레머하펜 항구 랜드마크가 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주제로 한 전문 박물관 클리마하우스(Klimahaus).
▲ 과학자들이 살고있는 만년설을 경험할 수 있는 남극대륙.
▲ 산호초, 아름다운 물고기 등이 펼쳐진 열대낙원 사모아.
▲ 해수면 상승, 해일, 폭풍 등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독일의 작은섬 랑게네스.
인구 11만400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 브레머하펜. 독일 북부 브레멘주에 위치한 이 도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해를 대표하는 항구도시였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조선업과 어업이 쇠퇴하면서 침체하기 시작했고, 2000년 초반 브레머하펜의 전통 제조업(조선·항만산업) 위기가 가속화되자, 실업률까지 무섭게 치솟았다.

경제적 위기 이후 브레하펜시는 동물원과 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 건립에 나섰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주제로 한 전문 박물관 클리마하우스(Klimahaus)를 시작으로, 독일해양박물관, 동물원, 독일 이민센터(이주를 주제로 한 박물관), 숙박·관광레저시설 등을 구축한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탄소중립 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클리마하우스(Klimahaus)로 향하는 발길도 늘고 있다. 기후 변화를 다룬 세계 최초의 박물관인 클리마하우스(Klimahaus)에서 동경 8도선을 따라 5개 대륙, 9개 나라로 기후여행을 떠나보자.

◇동경8도 따라 떠나는 세계여행

지난 6일 오전 방문한 클리마하우스(Klimahaus). 박물관 이름을 직역하면 ‘기후의 집’이다. 정식 명칙은 ‘클리마하우스 동경 8도(Klimahaus Bremerhaven 8°Ost)’다.

본격적으로 전시장에 들어서자, 짧은 영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우리를 세계여행으로 이끌 주인공 악셀베르너와 만나는 시간이다. 관람객은 악셀베르너와 함께 동경 8도선을 따라 여러 기후대를 경험하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브레머하펜에서 출발해 스위스, 사르디니아, 니제르, 카메룬을 거쳐 남극 대륙으로 향하고 다시 대권을 거쳐 사모아와 알래스카로 이동, 독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마지막 장소는 독일의 작은섬 랑게네스인데, 이곳에서는 해수면 상승, 해일, 폭풍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0월 초 꽤 쌀쌀한 가을 날씨였지만, 클리마하우스 내부 온도는 변화무쌍했다. 폭염으로 인해 산불이 극성을 부리는 사르디니아에 들어서자, 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찾아왔다. 그 열기는 아프리카까지 이어졌다. 카메룬에 이르자, 열대 정글이 펼쳐졌고, 습도가 80%에 달했다. 이후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더니 어느덧 남극 대륙에 닿았다. 가열된 연구실에서 몸을 풀고, 과학자들이 남극 만년설에 살고 있는 환경을 잠시 경험했다. 남극 대륙에서 벗어나니, 긴 모래사장과 산호초, 아름다운 물고기 등 열대 낙원 사모아가 관람객을 맞았다. 9개 지역을 여행하는 동안 다양한 인종의 현지인도 만났다. 그들은 인터뷰 영상을 통해 그들이 겪은 산사태와 홍수, 벌목과 폭염 등에 관해 들려줬다.

◇4700개의 서로 다른 유리판으로 외관 구성

클리마하우스의 외관은 우주선이나 배, 구름 등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형태다. 외벽 3체를 곡선형 유리로 마감해 조명등이 켜지는 야간시간대 경관이 유독 아름답다. 건축가 토마스 클럼프(Thomas Klumpp)가 디자인한 이 건물은 외부 유리 스킨과 알루미늄 구조로 지지되는 지붕이 콘크리트 내부 구조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특히 1만㎡의 유리 껍질은 약 4700개의 서로 다른 모양의 유리판으로 구성했다. 이처럼 건물 설계가 복잡한 것은 에너지 절감을 통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뜨거운 사막부터 얼어붙은 남극까지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를 조금이라도 절감해 보자는 의도다.

건물 내부 총 면적은 1만8800㎡이며, 이 가운데 1만1500㎡만 대중에 공개된다. 나머지 공간은 수처리 시설 등 전시를 위한 기술적 장비들로 채워졌다.

클리마하우스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홀거 복홀트(Holger Bockholt)는 “우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대신 사람들을 데리고 세계여행을 떠난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이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얼마나 쉽게 망가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기후변화’를 넘어 이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후적응’을 테마로 한 전시들이 기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브레머하펜 =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울산지역 내 2개 신문사(경상일보·울산매일신문)가 함께 취재·보도합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