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정경부 부장대우

몇 년 전부터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처럼 흘러나왔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인재 쏠림을 설명하는 말인데, 이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수한 지방 인재들이 대학을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은 대학의 경쟁력과도 연관이 있지만, 결국 일자리나 문화, 의료 등 지방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수도권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울산은 부산·경남과 함께 부울경 특별연합이라는 돌파구를 모색했다. 인구 800만명에 달하는 세 광역지자체의 연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의도였다.

지난해 4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전국 최초의 특별지자체로 인정받은 부울경 특별연합은, 그러나 공식 출범을 3개월여 앞두고 실익이 없다는 울산과 경남의 반대에 의해 좌초됐다. 대신 부울경은 일정 수준의 연대는 유지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설립했다. 하지만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의 한계는 뚜렷하다. 규모가 부울경 특별연합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물론, 주어진 법적 권한도 정부의 재정 지원도 없다.

연대를 위한 최소한의 해결책은 찾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기조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라는 국정 목표를 두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3대 약속과 15대 국정 과제를 발표하면서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기반 강화라는 과제 아래 ‘초광역 지역정부(메가시티)의 설치 및 운영’을 실천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부울경 특별연합의 취지와 다르지 않다.

최근 지자체들의 연대를 통해 지방 지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영국 맨체스터, 독일 슈투트가르트, 일본 오사카 등 해외 주요 광역연합을 둘러봤다. 이곳에서는 부울경 특별연합이 갖지 못했던 게 많았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정부의 승인까지 받았지만, 위상 하락을 우려한 중앙 부처의 소극적인 대처로 최소한의 사무만 위임받았다. 재원 역시 3개 시·도가 운영비를 균등 분담할 뿐 정부의 재정 지원은 없었다. 돈도 권한도 없이 제대로 된 광역연합을 이끌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나 맨체스터 광역연합은 중앙 정부의 보조금과 관할 구역 주민에게서 징수한 세입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 등에 팔을 걷고 있었다. 슈투트가르트 광역연합은 경제·교통·관광 등에 대한 권한을 부여받았고, 간사이 광역연합 역시 개별 지자체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을 공동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문제에 대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재정과 권한을 지방과 나누겠다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실익이 없다는 반대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질 때 부울경 특별연합은 다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춘봉 정경부 부장대우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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