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도하 장편소설 '기연'

가족의 부재감이 불러낸 기연

◇박도하 장편소설 <기연>

올해 본보 신춘문예에 단편 ‘피비’로 등단한 박도하 소설가가 첫 장편소설을 내놨다. 소설 <기연>에는 주인공 ‘기연’뿐 아니라 가족 속에서 자신의 희미한 존재를 느끼는 다양한 여성 인물들의 시점이 드러나 있다. 이혼하고 화가로서 홀로 삶을 살아가는 기연의 친구 주선, 오랫동안 혼자서만 가족의 의무를 이행하고 가족을 지탱해 온 치수의 아내 미옥 등이 모두 가족의 부재를 느낀다. 가족이 있음에도 느끼는 부재의 감각은 해당 인물의 자아를 더 옅어지게 만든다. 작가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서서히 자아가 소멸하고 있던 기연을 불러내 소설을 끌어간다. 박도하 작가는 계명대 문예창작학과와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올해 경상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8쪽, 1만6000원, 산지니.

▲ 박미자 시집 '바닷물 연고'
▲ 박미자 시집 '바닷물 연고'

사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

◇박미자 시집 <바닷물 연고>

울산에서 활동하는 박미자 시인의 시집 <바닷물 연고>가 나왔다. 시집 <바닷물 연고>는 ‘언저리만 맴도는 맛’ ‘자유가 더 두려웠다’ ‘짧게 끊는 스타카토’ ‘꿀잠은 내게 주시고’ ‘좌표를 다시 찾고자’ 등 5부에 걸쳐 ‘핑퐁게임’ ‘그 겨울 실루엣’ ‘탈피’ ‘혀’ ‘집어등’ ‘엎다’ ‘말맛’ ‘그 자리’ ‘수동태’ 등 주옥같은 총 68편의 시를 담았다. 박 시인의 시를 찬찬히 뜯어보면 사물을 자신만의 시적 언어로 특화해 표현한 것을 찾을 수 있다. 작은 고통과 그리움, 아쉬움을 너름새 있게 통합하고, 시조적 품으로도 담았다. 시인의 눈에만 보이는 오아시스와 무지개 걸린 지평선을 잘 표현한다. 박미자 시인은 2007년 <울산문학> 신인상,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제1회 울산시조작품상, 제5회 김상옥백자예술상, 제40회 성파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그해 겨울 강구항> <도시를 스캔하다>, 수필집 <한남새> 등을 펴냈고, 현재 운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118쪽, 1만원, 작가.

▲ 김루 시집 '오늘의 판타지'
▲ 김루 시집 '오늘의 판타지'

몰락서 펼쳐지는 환상성 꿈꿔

◇김루 시집 <오늘의 판타지>

김루 시인이 자신의 첫 시집 <오늘의 판타지>를 펴냈다. 시집에는 표제시 ‘오늘의 판타지’를 비롯해 4부에 걸쳐 ‘카페에서 본 여름’ ‘물속 엘리스’ ‘추모 공원’ ‘밤의 광장’ ‘스비리도프’ ‘장어’ ‘밤을 걷는 킬힐’ ‘우리 동네 피터 팬’ ‘흔한 남매’ ‘봄밤’ ‘칸나’ ‘템플스테이’ ‘모티브’ ‘여름 풍선’ 등 42편이 담겼다. 김 시인의 시는 꿈과 현실의 언어가 품은 포용력으로 갈등한 현실, 너머 어디쯤의 몰락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환상성의 지점을 꿈꾸고 있다. 그것이 비록 슬픔을 쌓아놓은 풍경 더미라고 하더라도 시집을 접하고 나면 시인의 시에 눈과 마음이 매혹된다. 김루 시인은 201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시 ‘계림의 우화’로 <울산문학> 올해의 작품상, 시 ‘공원의 표정’으로 제2회 구지가 문학상을 받았다. 140쪽, 1만2000원, 여우난골.

▲ 정창준 시집 '수어로 하는 귓속말'
▲ 정창준 시집 '수어로 하는 귓속말'

두 시간의 충돌과 거리감 담아

◇정창준 시집 <수어로 하는 귓속말>

정창준 시인이 두 번째 신작 시집 <수어로 하는 귓속말>을 발표했다. 시집은 ‘내가 묻은 세계’ ‘시효 이후의 반성’ ‘사춘기’ ‘수어로 하는 혼잣말’ ‘두부를 자른다’ ‘덕 덕 구스’ ‘소년의 얼굴로 앓는 오십견’ ‘병든 후박나무섬’ ‘먹점재주나방’ ‘그림자 숲과 검은 호수와 PPL’ ‘새의 씨앗’ 등 58편의 신작 시가 4부에 걸쳐 수록됐다. 정 시인의 시는 두 시간의 충돌과 거리감에 기초를 두고 있다. 복수(複數)의 시간에서 과거와 현재의 가치는 균등하지 않다. 기억의 시간이 항상 현재 시간의 무가치함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시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지금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도 작용한다. 울산 출신인 정창준 시인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집 <아름다운 자>를 펴냈다. 157쪽, 1만2000원, 파란. 전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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