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좌초된 부울경 특별연합
지자체 주도 초광역 협력체계 구축 첫 사례 ‘부울경 특별연합’
인구 1000만명 대도시권 형성, 1일 생활 단일 광역경제권 구축
단체장 바뀌며 규모 줄여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으로 출범

▲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해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울경 특별연합 실익분석 용역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상일보자료사진

울산은 부산, 경남과 함께 수도권 집중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광역연합체인 부울경 특별연합을 결성하고, 올해부터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 후 울산과 경남의 단체장이 바뀌면서 부울경 특별연합 대신 규모를 크게 줄인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켰다.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은 부울경 특별연합의 축소판인 만큼 실제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부울경 특별연합이 예정대로 출범했더라도 기대만큼의 효과는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본보는 5차례 기획을 통해 부울경 특별연합이 갖고 있던 문제점과 추후 안착을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 지난해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울경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김두겸 울산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초광역 협력을 논의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 지난해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울경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김두겸 울산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초광역 협력을 논의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20년 역사 국가균형발전 정책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기 위해 역대 정부는 다양한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과제의 주요 의제로 채택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처음이다. 앞선 정부에서도 지역 발전 정책을 논의했지만 각 부처별로 산발 추진하는 데 그쳤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하고, 범부처 차원에서 균형 발전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치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006년 수도권·충청권·호남권·영남권으로 구분한 4대 초광역경제권을 발표하고 다음 해 수도권·충청권·호남권·대경권·동남권과 강원권·제주권으로 구분한 5+2 초광역경제권 구상을 발표했지만 정권 교체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해 5+2 광역경제권에 역점을 뒀다. 2009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개정하고 광역경제권, 초광역개발권, 광역경제권발전계획 수립, 초광역개발권 기본구상 수립 등의 내용을 추가했지만, 광역경제권 발전 계획 대부분이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업에 집중되면서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다.

▲ 지난 7월12일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부울경 정책협의회 및 경제동맹 출범 기념행사에서 이정현(왼쪽부터)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7월12일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부울경 정책협의회 및 경제동맹 출범 기념행사에서 이정현(왼쪽부터)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광역 협력으로 구체화

박근혜 정부는 초광역 협력 사업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한 삶의 질 개선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국토를 56개의 지역행복생활권, 20개의 중추도시생활권, 16개의 경제협력권으로 구분했다.

또 관련 정책 추진을 위해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개정한 뒤 초광역개발권과 광역경제권발전계획, 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를 폐지하고,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를 지역발전특별회계로 개편했다.

이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5대 국정 목표의 하나로 채택하고 지역 간 불균형 발전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골고루 잘 사는 균형 발전과 지역이 주도하는 체계를 확립하는 분권형 거버넌스를 강조했다.

특히 부울경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주도의 초광역 협력 추진이 활발해지자 2021년 균형 발전 정책의 새로운 핵심 전략으로 지역이 주도하는 ‘초광역 협력’을 선정하고, 초광역 협력 지원 전략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자체의 초광역 협력 지원을 위해 초광역 협력 지원의 법적 근거와 재정 지원 체계 등 기반을 구축하고, 협력 단계별 차등 지원 및 분야별 초광역 협력 촉진 정책 도입 방안도 마련했다.

◇부울경 특별연합의 탄생

202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울산·부산·경남 광역단체장들은 초광역 경제권 육성을 목표로 광역연합 결성을 합의했고, 부울경 3개 시·도연구원은 2021년 3월 동남권 발전 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해 발표했다.

동남권 발전 계획은 부울경이 인구 1000만명에 가까운 대도시권을 형성해 1일 생활이 가능한 기능적으로 연결된 단일 광역 경제권을 형성하는 게 목표였다. 또 부산·울산·창원·진주 등 4대 거점 도시의 기능을 확대하고,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근 중소도시와 농어촌을 연결해 하나의 공동체를 조성하는 공간 전략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인접 도시권인 대구·경북, 광주·전남·전북과의 연계를 통해 유연한 광역권을 구축하는 계획도 담아냈다.

2022년 4월18일 행정안전부가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을 승인하면서 부울경 특별연합의 공식적인 설치 절차가 완료됐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자체가 주도해 초광역 협력을 구축한 사례였다. 사무 처리 개시일은 2023년 1월1일이었다.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 축소 변경

사무 개시를 반 년 가량 앞두고 부울경 특별연합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울경 특별연합을 주도하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21년 직을 상실한 데 이어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마저 낙마하면서 부울경 단체장의 지각 변동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취임한 김두겸 울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시사는 부울경 특별연합이 규모에 비해 권한과 재정 지원 등이 부족해 실효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3개 시도 단체장들은 같은 해 10월 부산에서 만난 뒤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응하고 부울경이 새로운 발전축이 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부울경 특별연합을 대신해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신설키로 합의했다.

올해 3월 업무를 시작한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은 부울경 공동 사업을 발굴하고, 초광역 협력사업 체계 구축에 관한 사항과 초광역권 발전 계획 수립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은 부산시 행정자치국 산하로 편성돼 불과 11명의 직원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부울경 특별연합과 달리 광역의회도 존재하지 않으며, 특히 눈에 띄는 중앙 정부의 권한 이양이나 재정 지원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서남교 울산시 기획조정실장은 “부울경 특별연합 결성 당시에도 권한과 재원이 주어지지 않는 상태였던 만큼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의 조직 규모만 키운다고 될 일은 아니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방시대위원회가 생겼고, 관련 법도 제정된 만큼 이런 부분들이 힘을 받아서 지방에 권한과 재원을 이양하는 단계로 이어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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