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머리카락을 이용한 검사를 통해 유명인들이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된 것이 보도되면서 모발 진단기술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로 개발된 모발 검사법은 심지어 1년 전에 투여한 것까지도 검출할 수 있어서 마약이나 약물 중독의 시시비비를 줄일 수 있다. 마약 뿐 아니라 약물이나 중금속은 일단 섭취하면 우리 몸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는데, 특히 모발의 경우는 약물이 모근을 통해 새로 만들어지는 모발 내부로 들어가서 모발이 빠지거나 자르지 않는 한 검출이 가능하다.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된 엑스터시는 그 주성분이 메틸렌 다이옥시 메스암페타민인데, 모발 검사법은 머리카락에서 단백질을 제거한 후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로 분리하고 질량분석기로 MDMA를 찾는 것으로 검사의 정확도가 100%에 가깝다. 또한 범죄현장에 남겨진 머리카락 한올의 DNA는 범인을 찾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앞선 경우와는 달리 모발 검사를 통해 오명에서 벗어나거나 의혹에 쌓였던 죽음의 원인을 밝힌 예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불후의 명작을 남긴 악성 베토벤이다. 베토벤이 사망한 지 172년이 지난 2000년에 과학자들은 DNA분석을 통해 그의 사망이 납중독에 의한 것임을 밝혀내어 매독 환자의 오명을 벗었다. 베토벤을 흠모했던 음악도 힐러는 베토벤이 사망한 다음 날 그의 머리카락을 뽑아 보관하였는데, 그 여덟가락의 머리카락 검사를 통해 납중독이 증명된 것이다.

 사학자들은 베토벤에게 납중독을 일으킨 원인으로 유리하모니카라는 악기를 주목하고 있는데, 오늘날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이 악기는 부분적으로 납유리로 만들어졌고 악기에 칠한 염료에도 납이 포함되어서 젖은 손으로 연주했던 베토벤에게 납중독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근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머리카락으로 단지 과거의 일을 밝히는 것 뿐 아니라, 유방암 등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향후 발생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 여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흔히 우리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을 머리카락에 비유한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에는 ‘정부는 이번 XX게이트에서 털끝 만큼의 오해가 없도록 엄정한 수사를 요청".’ 이라는 전혀 믿기지 않는 보도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머리카락 속에는 가식적인 웅변보다도 더욱 많은 비밀과 의혹을 풀어 줄 진실을 담고 있다. 최승원 울산대학병원 류마티스·알레르기내과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