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학령전기인 2~5세 발현
단어 등 회피행동 발생땐
소통문제·학교생활 등 지장

▲ 이광민 울산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가 말더듬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면접이나 발표, 미팅 등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말을 더듬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윈스턴 처칠, 타이거 우즈, 조지 6세 등도 어린 시절 혹은 평생 말더듬으로 인해 의사소통과 대인관계, 사회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을 정도로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 세계말더듬의 날(10월22일)도 만들어져 인식변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할 정도다. 말더듬은 긴장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일상 대화를 할 때도 말을 심하게 더듬고, 특정 단어를 내뱉게 힘들다면 음성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런 말더듬에 대해 이광민 울산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말더듬 정의 및 증상 원인

말더듬증(stuttering)은 유창성장애의 한 종류로, 말을 순조롭게 하지 못하고 막히는 증상을 의미한다. 소리, 음절 등의 반복, 소리의 연장, 소리의 막힘 등의 핵심 행동들로 인해 말의 흐름이 자주 끊기고, 말의 흐름을 이어가는 데 불필요한 노력이 들어가며, 말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게 된다. 말더듬이 심화되면 말더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동반하는 탈출 행동, 더듬을 가능성이 있는 단어, 대상, 상황 등을 피하려는 회피행동 등도 나타난다.

이런 외현적인 측면 외에도 내면적으로는 말더듬으로 인해 불안, 공포, 부정적인 자아상과 의사소통 태도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사회적 역할 참여나 학교·직장 생활 등을 방해하게 된다.

말더듬이 발생하는 원인은 1500년부터 아동의 언어, 정서, 운동, 인지의 용량에 비해 외부의 요구가 클 경우 비유창성이 출현할 수 있다고 보는 요구용량이론, 가족력에 의해 나타난다는 유전이론, 성대나 신체 근육의 과긴장으로 인해 말산출체계의 불협이 비유창성을 만들어 낸다는 수정된 발성이론 등 수많은 이론이 나왔지만,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광민 울산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현재 연구 동향은 말더듬이 크게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발달,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 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말더듬 치료 방법

말더듬은 급격한 언어발달이 이루어지는 2~5세 학령전기에 출현한다. 출현 후 3~5년 사이에 65~80%는 말더듬에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 회복률이 높기 때문에 가정에서 아동이 말을 더듬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자연적으로 회복되므로 기다려 보도록 주변에서 조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동도 말더듬이 자연스레 회복될지, 아니면 지속이 될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숙련된 언어치료사가 진행하는 임상적 관찰 평가, 표준화된 유창성 공식 검사, 임상적 관찰 평가를 통해 선별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전반적언 언어검사, 조음음운검사(발음검사), 조음기관의 구조와 기능 검사 등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치료는 학령전기 아동의 경우 환경적 요인의 변화와 부모와 아동의 상호작용하는 방법의 변화를 통해 유창성을 증진 시키는 간접치료를 한다. 간접치료를 통해 유창성 회복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엔 직접치료를 고려한다. 직접치료는 치료사가 계획한 놀이, 게임, 대화 등 단계적인 활동 내에서 말 속도 감소시키기, 편안하게 말 시작하기, 신체적 긴장 이완시키기 등으로 자신감을 높이고 의사소통과 대화를 회피하지 않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령기나 성인의 경우에도 적절한 유창성 목표를 정한 후, 속도 조절, 긴장 조절, 말 조절 연습 등을 통해 약하고 부드럽게 말을 시작해 천천히 이어 말하는 것을 다양한 언어 위계에 따른 상황에서 연습한다.

이 교수는 “말더듬은 조기 치료의 효과가 명확하며, 말더듬이 지속돼 학령기와 성인 때까지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아동의 경우 1년8개월에서 3년까지가 매우 중요한 조기 치료 시점이다”며 “말더듬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되는 경우 곧바로 부모교육과 간접·직접치료 중재를 진행하는 것이 권고되며, 회복될 가능성이 큰 경우에도 간단한 부모교육과 가정 내 지속적인 모니터링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유창성과 말더듬은 부모가 주말부부를 시작하게 됐거나, 집을 이사했을 때 또는 머리카락을 조금 자르는 일 등 크고 작은 일상생활 내 변화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나 아동과 주로 대화를 나누는 부모의 말 속도, 말의 차례를 주고받는 속도, 말의 강세와 억양 등 발화 스타일이나 상호작용 기술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교수는 “가정에서 아동이 보다 편안하고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의사소통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부모가 일상생활에서 발화 스타일의 모델링을 보여줌으로써 아동이 말더듬을 감소할 수 있는 발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며 “보다 편안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의사소통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비유창성과 말더듬 빈도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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