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일선 학교의 학생 화장실 비데 설치율이 전국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도시로 알려져 있는 울산의 비데 설치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는 사실은 학생 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말해준다. 울산은 전국에서도 교육열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도시인데, 정작 화장실 환경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하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6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지역 초·중·고등학교 2만3241곳 중 학생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된 곳은 1496곳으로 고작 6.4%에 그쳤다. 이는 경기 등과 함께 최하위권일 뿐더러 7개 특·광역시 중 최저 수준이다. 특히 전국 평균인 1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학교급별 화장실 비데 설치율은 초등학교 3.8%, 중학교 8.0%, 고등학교 9.7%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학교 화장실 비데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된 곳은 13.3%였다. 교직원과 학생 화장실의 비데 설치율 차이도 컸는데, 교직원 화장실은 34.5%, 학생 화장실은 10.1%로 집계됐다. 학교와 달리 정부청사와 국회 화장실의 비데 설치율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세종청사의 경우 모든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돼 있었으며, 서울청사는 98%, 국회는 85%였다.

학교 시설 중 학생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것이 화장실이다. 일부에는 아직도 양변기가 아닌 수세식 변기가 사용되고 있으며, 비위생적이고 어두워 무서움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비데 사용은 꿈도 못꾸고 있다. 학생들 중에는 학교에서 용변을 참다가 집에 와서 일을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대회 때는 ‘비데가 있고 에어컨 시설을 갖춘 화장실’ 명목으로 예산을 확보하고도 ‘푸세식 화장실’을 만들어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천창수 울산교육감은 교육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근 일선 고등학교를 방문해 화장실을 살피는 등 현장 긴급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공건물의 화장실을 보면 ‘명품 화장실’을 표방하며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며놓은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비데를 설치하고 꽃과 식물로 장식해 놓은 곳도 많다. 명품 화장실까지는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학습에 전념하도록 최소한 비데 정도는 설치해야 선진 교육 환경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더욱이 전국 최고의 부자 도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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