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윤 사회부 기자

울산은 국내 굴지의 기업들 덕분에 잘사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억대 연봉자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벼랑끝에 내몰리는 시민들 또한 많다. 최근들어 기자는 ‘일가족 사망’이라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기사 한줄 한줄 써내려가는 내내 가슴 한켠이 먹먹해졌다. 누군가는 대목 보너스로 차를 바꾸고, 가전제품을 교체하려고 백화점을 제집 드나들 듯이 할 때, 또다른 누군가는 끼니를 해결하기조차 벅찬 하루하루를 보낸다. 부자도시 울산의 현주소다.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각종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위기가구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달 울산 남구에서 한부모 가족이던 일가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주거지에서 발견했다. 해당 가정의 큰 아들이 등교를 하지 않고 부모도 연락이 되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학교 선생님이 경찰에 신고, 주거지를 방문했으나 이미 한 방에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가정은 한부모가족 지원금을 받고 있었으나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정황들이 발견됐으며, 장례를 치를 연고자도 없어 행정은 무연고자 장례 절차를 조용히 진행했다.

지난 8월에도 울산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남편이 가족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해당 사건이 발생한지 2여개월 만에 생활고로 인한 일가족 극단적 선택 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일가족 극단적 선택은 한 가정 전체가 생활고로 인해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얼마나 벼랑 끝에 몰려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현재 대부분의 복지 시스템은 가구가 직접 신청을 해야만 관리가 가능하다. 서비스 내용과 대상자임을 모르거나 신청을 꺼리는 경우에는 복지 시스템이 닿을 수 없다. 더군다나 복지 지원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진행되기에 소득 기준 미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현재와 향후 대책들이 기초수급자나 기존 복지 대상자들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급작스럽게 생활고를 겪는 가구의 경우 이를 발굴해 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시민들도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난 3월 울산 중구에서 실직 상태로 생활고에 놓인 50대 남성을 집주인이 위기가구로 신고, 병원 진료가 연계됐다. 이웃의 세심한 관찰이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큰 역할을 해낸 것이다.

부자도시 울산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생활고 벼랑 끝에 놓인 복지사각지대 가정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행정과 지역 주민들의 세심한 관찰과 역량 집중으로, 더 이상 비극적인 소식이 울산에서 잇따르지 않기를 바란다.

정혜윤 사회부 기자 hy040430@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