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미만 소규모사업장 입법부재로
중처법·근로기준법 등에서 배제돼
노동환경 차별 개선할 보완입법을

▲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2021년 1월26일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일부 시행기간을 거쳐 다가오는 2024년 1월27일부터 개인사업자 및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에도 시행된다. 2022년 1월27일부터 현재까지는 대규모 사업장 위주로 법령이 적용되었는데, 최초 많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염려하였으나 노동자와 경영자들의 협력된 노력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 적용단계에 진입한 것 같다. 무엇보다 산업현장 안전과 노동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를 주제로 한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 의견조율이 활발해진 것이 가장 큰 결실일 것이다.

그러나, 노동관련 법령을 접할 때마다 늘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입법 부재의 점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적용 자체를 배제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뿐만 아니다. 근로기준법 역시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이러한 적용배제의 결과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은 휴일근로, 산업안전 등에서 소외되고 위험에 노출되어왔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국가에게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 증진의 의무를 부과했다. 더하여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에 의한 경제적 차별을 받지 아니함을 선언했다. 헌법 정신에 입각한다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라고 하여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들과 노동환경에 차별을 받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상대적으로 위험한 일에 종사하고 열악한 처우를 받는 노동자들을 국가가 적극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인 것이다.

국가의 사회적 약자 보호의무 실현은 입법의 형태로 구체화한다. 입법을 담당하는 것은 국회이고 국회의 구성원은 선출직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은 당연하지만 정치적 계산과 지지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정치적 계산에 영향을 가장 강하게 미치는 것은 자금과 조직화된 지지세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소규모 노동자들이 입법에서 소외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개발독재 시대에는 사용자들과 노동자들은 대립 관계였다. 그 대립 관계에서 국가는 경제성장을 위해 사용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노동자들은 단결하여 대항했다. 우리나라의 노동인권의 개념이 뿌리내리고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조직화된 것이 이 때부터였으리라. 그러나, 조직화된 노동자들의 힘이 정치적으로 투사되는 것은 일부 선택된 노동자들에 한정되었다. 대기업 노동조합은 강한 조직력으로 정치적 힘을 가지게 되고 사용자들과 협상하고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고, 사용자들 역시 조직화된 노동자들의 협력을 이끌어 냄과 동시에 정치인과 협력해 경영 효율성과 노동자 존중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조직화되지 못한 소규모 노동자들은 사용자들에게도 정치인들에게도 그들의 어려움과 요구사항을 힘있게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지 못하였고, 이 것이 소규모 노동자들이 노동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중요이유이다.

그러나, 소규모 노동자들이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노동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노동자의 절대 다수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노동에 종사하고 있고,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더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우리의 헌법 정신은 그런 차별을 지향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를 받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빈부 격차의 확대, 산업재해 등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재기의 어려움, 잠재적 소비자의 위축, 이로 인한 사회불안 등 경제적 사회적 손실도 막대하다. 그렇기에, 소규모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입법은 필요하고 합리적이다. 물론, 그런 희생과 비용을 사용자에게 모두 전가시킬 수는 없다. 소규모 사업장 사용자들의 영세한 자금력과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소규모 노동자들을 위한 기금 또는 보험제도 신설 등과 같은 사회적 합의에 의한 보완입법으로 방향잡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보완입법이 지속적으로 힘을 가지고 발전하려면, 소규모 노동자들이 그들의 힘을 조직화해 정치적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소규모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가장 시급하다. 비판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 사회통합을 위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는 나일수도 나의 가족일 수도 있다.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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