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회용품 규제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오는 24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식당 종이컵 사용 금지 규제를 돌연 철회했다. 또 카페 등 플라스틱 빨대 단속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음식점, 카페 등 업소들을 상대로 지난 1년간 홍보와 계도활동을 벌인 지자체의 행정업무도 ‘없던 일’이 됐다.

1회용품과 플라스틱 규제는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다. 이번 정부 정책의 후퇴는 미국 유럽 등 플라스틱 규제를 강화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도 퇴행하는 모양새다. 수출입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사안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부담과 소비자의 불편을 덜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한 뒤 반드시 1회용품 규제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23일 1회용품의 계도기간 종료와 관련해 1회용품 규제에 따른 ‘과태료 부과’보다는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비자와의 갈등 관련 비용 증가, 인력난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희생을 강요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음식점, 커피점 등 업계는 그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1회용품 규제 강화로 인해 부담이 가중된다며 제도 유예와 지원 등을 요청해 왔다.

정부는 이에 1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1회용품 사용도 줄여 나가겠다고 했다. 비닐봉투 사용 대신 장바구니와 종량제봉투 등 대체품을 이용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플라스틱 빨대는 대체품 시장의 성장을 유도할 계획이라도 덧붙였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울산지역 지자체와 4만5000여곳에 달하는 1회용품 규제 대상 업소들도 혼선을 빚고 있다. 울산시와 각 지자체는 지난해 정부 발표 후 1년 간 방송을 통한 공익광고 송출 및 업소 대상 안내 전단지 배포 및 공문 발송을 완료했다. 또 행정력을 동원해 규제 대상 업소를 방문해 합동 점검까지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홍보 및 단속을 위한 ‘1회용품 홍보 도우미’ 등 기간제 근로자도 고용한 지자체도 있을 정도다.

1회용품과 플라스틱은 생활속에 깊숙이 침투한 ‘필요악’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한 번 사용하면 버려야하는 플라스틱 제품은 자원 낭비가 심각하고 생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폐기시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다. 정부 정책의 혼선은 곧 국민 부담으로 작용한다. 1회용품 규제 철회가 환경정책의 포기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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