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병원이 의대병원 정원을 최대 100명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전국에서도 최악의 의료인프라를 갖고 있는 울산은 그 동안 의사와 의료시설 등이 턱없이 모자라 서울 등 수도권으로 원정 치료를 받는 일이 허다했다. 울산대학교병원이 이번에 정원을 대폭 확충하려는 것은 순수하게 울산시민들의 건강권 확보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시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적극 나서서 울산의 취약한 의료기반을 설명하고 정원 확충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울산대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교육부와 함께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학생 수용 역량과 증원 수요 조사를 실시함에 따라 구체적인 정원 확대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울산대는 앞서 지난 5월 정원이 40명인 울산대병원의 수용능력을 대폭 늘려 최대 100명의 증원 요청을 한 바 있다. 울산대가 정원 확대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울산대병원 979개, 서울아산병원 2715개, 강릉아산병원 804개 등의 병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울산대는 HD현대로부터 기부받은 울산대병원 인근의 한마음회관을 개조해 기숙사, 실기·임상실습 공간 등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울산대는 울산대병원 재직 교수가 총 751명인데, 학생 1인당 전담교수는 3.13명이나 된다. 뿐만 아니라 서울 아산병원의 우수한 의료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국 국립대와 지방 의대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제시된 증원 규모는 적어도 1000명은 넘어설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울산은 전국에서도 최악의 의료취약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현재 울산은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6명으로, 전국(평균 2.13명) 꼴찌다. 뿐만 아니라 인구 1만명당 의대 정원 기준도 울산은 0.36명으로 전국 평균(0.59명)을 밑도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울산시민들은 기를 쓰고 수도권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다. 최근 5년간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100만명 이상의 암 환자가 ‘빅5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울산의 경우 3만1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지역 의료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 조건”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이 울산에도 그대로 적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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