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국내 최초로 공무원과 대기업간 파격적인 인사 교류를 단행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에 재직 중인 김규덕(54) 경영지원본부 전무를 현재 공석인 울산시설공단 이사장에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2024년 1월 정기인사 때 과장급 서기관을 현대중공업에 파견할 예정이다.

울산의 대표적인 기업인 HD현대중공업과 울산시가 인력을 교류한다는 것은 비단 두 기관간 인사교류를 넘어 울산지역 행정과 산업이 그 동안의 장벽을 걷어내고 새로운 내일을 향해 함께 동반 성장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특히 울산은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라는 명칭에 걸맞은 많은 기업들이 입주해 있어 울산지역 산업계에도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의 행정이 변하면 지역 산업계가 발전하고, 지역 산업이 발전을 거듭하면 덩달아 지역 행정이 고도화되는 시너지 효과가 울산을 넘어 전국으로 번져 나가기를 바란다.

사실 행정과 기업은 서로 사이좋게 발맞춰 시민들의 복리증진을 도모해야 하는 파트너인데도 그렇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십수년전만 해도 행정은 기업에 갖은 규제를 씌워 성장을 억누르고 기업은 틈만 나면 편법을 이용하는 등 양쪽은 늘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최근에야 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지자체장들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기업과 행정은 ‘규제’라는 칸막이를 감히 넘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와 HD현대중공업이 전국 최초로 인사교류를 하겠다고 하자 행정안전부에서도 이를 눈여겨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교류가 잘 이뤄지면 이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행정과 기업간의 교류·협력은 민선 8기 김두겸 시장 때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김 시장은 취임 초부터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 건설, S-OIL 샤힌프로젝트 등 지역내 대형 사업장에 지원팀을 파견하는 등 본격적인 지원활동을 해왔다. 또 이에 앞서 김 시장은 지난해 말 5급 이상 관리직에 대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해 이목을 끌었다. ‘행정직’과 ‘기술직’을 행정·기술 복수직렬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김 시장은 이 인사를 통해 창의성 확대와 실적 위주의 무한경쟁을 단호하게 천명했다. 이번 인사 맞교류가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것인만큼 혹 실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기업과 행정의 상생 측면에서 모두가 원하는 길로 들어서는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행정-기업간 인사교류가 지역에 대한 폭넓은 시각 교정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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