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원, 중점 관리 대상 문화유산 26건 점검 결과 공개
경주 첨성대, 구조적 변형 없지만 기울기·석재 상태 등 점검 필요

‘5㎝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경북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을 지지하는 암반이 침하하고 있어 보존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8일 국립문화재연구원의 ‘2022년 중점 관리 대상 문화재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열암곡 마애불상은 지난해 점검 조사에서 ‘주의 관찰’에 해당하는 C등급을 받았다. 

열암곡 마애불은 2007년 5월 경주 남산에서 발견된 거대한 불상이다. 

발견 당시 불상은 약 35도의 경사면에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채 엎어진 상태로 놓여 있었는데, 오뚝한 콧날과 아래쪽 바위 사이 간격이 5㎝에 불과해 관심을 끌었다. 

마애불상이 있는 암반의 상하부와 중심에 센서를 설치해 수치를 측정한 결과, 암반이 침하 또는 미끄러지는 현상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2019~2022년까지의 계측 결과를 보면 암반의 중간부가 수직 방향으로 최대 6.5㎜까지 침하했으며, 상부는 경사면을 따라 최대 3.1㎜가량 미끄러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계측한 내용을 보면 불상의 오른쪽 이마, 대좌(臺座·불상을 올려놓는 대)의 오른쪽 부분 등 오른쪽에 설치한 센서 변화량이 왼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편이었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연구원은 향후 불상을 안전하게 보존·관리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원은 “2016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암반의 상부(불상 하부)에서 최대 21㎜가량, 하부에서도 9㎜ 내외의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주변 정비 등이 이뤄졌으나 향후 지진 등으로 큰 폭의 침하 또는 미끄러짐이 발생할 수 있어 근본적인 보존 방안을 수립해 안정적인 상태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일 년에 평균 2㎜ 정도 변화가 있었다면 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도 “해당 지자체에 결과를 통보했으며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국보인 ‘경주 첨성대’ 역시 꾸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C 등급’으로 평가했다. 

분석 결과, 첨석대 몸체와 기초부에서 눈에 띄는 구조적 변형은 없었으나 기단부에서 침하 여부를 계측한 수치가 일부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재 표면의 오염도 역시 유형에 따라 소폭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원은 “2016년 지진 이후 기울기 수치 변화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고, 상단 정자석 가운데 일부는 2018년 대비 5㎜가량 안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나 모니터링(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국보 ‘경주 석굴암 석굴’ 역시 대체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속해서 점검할 예정이다. 

다만 연구원은 공조 설비와 관련, “진동 전달 수준이 미미하나 설비의 안정적 운용, 장기적인 미세 진동 영향 등을 감안해 위치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연구원은 2008년 화재로 큰 상처를 입은 국보 ‘서울 숭례문’에 대해서는 “일부 재료적 손상은 확인되나 구조적 변형 및 진행성은 없으며 안정적인 상태”라면서 주의·관찰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해 점검한 중점 관리 대상은 국보, 보물, 사적 등 총 26건이다. 

이 가운데 ‘주의 관찰’(C 등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례는 총 17건이었고 ‘정밀 진단’(D 등급)은 1건, ‘수리’(E 등급) 8건 등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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