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이미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를 예고한 상태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 대해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하자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노란 봉투에 담아 전달한 데서 유래됐다.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와 관련한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한편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또 개정안은 불법쟁의행위와 관련, 가담자별 가담 정도에 따라 손배 책임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노란봉투법은 노동권과 사회적 약자를 지원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지만 문제는 산업 현장의 법치를 흔들고 상시 파업을 조장할 위험성이 크다는 데 있다. 실제 불법쟁의 현장에서 가담자를 색출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담자들이 CCTV가 없는 장소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면 누가 누군지 가려내기 어렵다. 그 동안 울산지역 불법파업 현장에서 복면을 하고 기물을 부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노란봉투법이 그대로 적용되면 산업 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 뻔하다. 특히 자동차·조선 등 업종별 다단계 협업체계가 짜여진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원·하청간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지역 산업생태계는 그대로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단체들은 9일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노사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경총은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노조법 개정안은 헌법·민법 위배 소지가 클 뿐 아니라, 그간 애써 쌓아온 우리 노사 관계의 기본 틀을 후퇴시킬 수 있고 산업 현장에 막대한 혼란 야기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1일 서울에서 수십만명이 모이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번 노란봉투법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많은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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