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이 또다시 오르면서 에너지 다소비업종 대기업이 즐비한 울산 산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기사용이 많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비철금속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이번 산업용(을) 전기요금의 ‘핀셋 인상’ 적용 목록에 올랐다. 이번 인상만으로 대기업 대부분 연간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대 이상 전기요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판이다. 업종별로 업황이 다른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지역 제조업체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산업부와 한전은 지난 9일자로 계약전력 300㎸ 이상인 산업용(을) 대용량 전기요금을 ㎾h당 평균 10.6원 인상했다. 산업용(을) 중 고압A(3300~6만6000v 이하)는 ㎾h당 6.7원, 고압B(154㎸)와 고압C(345㎸ 이상)는 ㎾h당 13.5원을 인상했다. 울산은 산업용(갑)보다 산업용(을) 비중이 특히 높은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전기용금을 사용하는 지역이다. 대다수 대기업이 평균(6.9%) 이상 전기요금이 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공단 전력공급업체 한주를 비롯해 고려아연과 LS MnM, 현대차와 HD중공업, SK·S-OIL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모두 전기요금이 대폭 올랐다. 가뜩이나 지역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은 판에 전기요금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자 기업들의 비명이 새 나오고 있다.

물론 산업계도 한전의 적자와 고물가 상황을 고려한 정부의 고육지책에 공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상폭이 너무 가팔라 경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자칫 이들 기업이 생산원가 상승을 이유로 제품 비용을 올린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총선용으로 불리는 전기요금 ‘핀셋 인상’의 효과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다.

시장경제 논리상 에너지 인상 비용은 경제주체 모두가 부담하는게 맞다. 따라서 겉돌고 있는 한전의 뼈를 깎는 자구책 이행이라는 대전제 아래 산업용(갑)과 주택용, 일반용 등 용도별로 차등화 요금 인상을 적용해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은 어떨까 싶다. 또 야권이 민생고통 분담을 위해 추진하는 ‘횡재세’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고금리로 인한 예대마진의 수혜자 은행권과 고유가·정제마진 확대로 큰 수익을 보는 정유업계의 수익 중 일정부분을 세원으로 해, 고통받는 서민의 삶을 덜어주자는 방안이다. 영국·이탈리아·그리스 등 많은 나라에서 도입한 사례도 있다. ‘총선용’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 고통을 나누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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