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과정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있는지 범위를 잘 가려, 위반 사례가 없게 하겠습니다.”

지난 7일 부임 후 처음으로 울산을 방문한 이원석 검찰총장은 울산지검 앞에서 기자단과 가진 약식 회견에서, 울산지역 중대재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중처법이 시행되고 나서 발생한 울산지역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검찰의 법 적용과 처분이 나온 뒤 검찰총장의 첫 방문이어서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이 총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두 해째이다. 검찰에서 지금까지 중대죄 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만 30여건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은 선례도, 판례도 쌓이지 않았다”며 “차근차근 준비해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예방도 하고 법리를 철저하게 적용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기자단의 질문을 예상이나 한 듯 그는 마치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것 처럼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정작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비켜갔고, 전체적으로는 다소 ‘동문서답’과 같은 뉘앙스였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중처법 시행 후 선례와 판례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에는 법 적용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신중함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앞으로 법리를 철저하게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울산지검은 지난해 5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S-OIL 온산공장 폭발 화재 사고에 대해 올해 8월 수사를 마무리 짓고, 공장 최고 책임자와 협력업체 대표 등 1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대표이사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수사는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당시 후세인 알 카타니 전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서울 본사 최고 안전책임자(CSO)에게 모두 위임해 실질적, 최종적 경영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검찰의 처분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회사측의 안전조치 부실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분명한데도 외국계 CEO와 심지어 안전책임자인 CSO까지 면죄부를 받았다”며 반발했다. 중처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처법이 시행되고 나서 전국적으로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고 있는 등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산업도시 울산은 사망사고는 감소했으나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한 해 10여건 이상 발생하고 있고, 부상자는 3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부터 올해 8월말까지 울산 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는 33건으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씨와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자 만들어진 중대해처벌법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한 법리 적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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