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상민 사회부 기자

매일 오가야 하는 집주변에, 또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회사 근처에 심한 악취가 풍긴다면, 삶의 만족도는 어떠할까. “고통스럽다”는 답변이 주가 아닐까. 뻔한 질문에 뻔한 답이다. 이런 상황이 울산 동구 세계 1위 조선소가 위치한 곳에 빚어지고 있다.

동구 전하동은 대형 조선소가 위치해 주변에 아파트, 주택, 상가 등이 밀집해 있다. 이 일대 신축 아파트 주민들과 근로자들 사이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고통의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왔다.

사실 전하동 악취민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남구지역의 석유화학단지를 주범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원인은 바로 옆 오수중계펌장에 있었다. 실제 취재진이 찾은 전하펌프장 일원은 코 끝을 찌르는 냄새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동구 내 일산해수욕장에 위치한 오수중계펌프장 등도 방문했지만 전하펌프장 만큼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수 년째 같은 냄새를 맡고 출퇴근하던 조선소 직원들은 이미 만성 악취에 해탈한 수준이었다.

한 조선소 직원은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데 몇년째 바람이 불 때면 아파트 쪽으로 냄새가 난다”며 “초기에는 구청에 민원도 넣고 했지만 지금은 포기했다”고 푸념했다.

‘악취에 주민불편이 이어진다’는 본보 보도 이후 울산시가 곧바로 현장 실사에 착수했다. 전하펌프장 악취 원인은 ‘약품 기준치 미달’로 판명났다.

시로부터 관리대행 사업장으로 지정된 수질개선사업소는 오수중계펌프장 내에서 수소이온농도지수(pH)로 악취를 조절한다. 이론상 농도가 올라갈수록 악취를 억제할 수 있다. 메뉴얼상 10~12의 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시는 전하펌프장의 농도가 메뉴얼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부분의 중계펌프장이 2005년 이후 내용연수가 2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는 시설인 만큼 노후화, 기능 저하 등으로 인한 악취 발생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오수중계펌프장은 주택단지가 밀집한 곳에서 냄새가 더 많이 난다.

기업이나 지자체 등 너도나도 ‘에코모드’를 장착하는데 혈안이다. 한명의 인구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친환경을 무기로 쾌적한 도시를 만들어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건다. 인구소멸 우려지역인 울산 동구는 더 그렇게 해야 한다. 특단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초단체는 물론 울산시도 악취근절에 보다 강력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글로벌 조선메카’ ‘천혜의 해양관광자원’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울산 동구가 ‘악취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오상민 사회부 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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