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핀란드·스위스에 이어
네덜란드 총선도 극우 1위
트럼프 비견되는 빌더르스
“망명 쓰나미와 이민 억제”
난민·식량·에너지 불안
극우정당 지지세 원동력

▲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의 출구조사와 관련해 극우 정치인이자 극우 자유당 당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의견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PVV)이 1당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면서 반(反)이민 정서에 힘입은 유럽 각국 극우 정당의 상승세가 한층 힘을 얻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이날 투표 종료 직후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당은 하원 총 150석 가운데 가장 많은 35석을 확보, 2021년 총선(17석)보다 의석을 2배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 좌파 성향 녹색당·노동당 연합(GL-PvdA)의 26석과 비교해서도 큰 격차로 앞섰다.

‘네덜란드판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60)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은 강력한 반이슬람 정책과 망명 허용 중단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이다. 빌더르스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연설에서 “유권자들의 바람에 부응해 네덜란드인을 다시 1순위로 돌려놓을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에게 돌아갈 것이고, 망명 쓰나미와 이민은 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유럽 주요국 선거에서 극우·우파 정당의 승리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달 스위스 총선에서는 우익 성향의 제1당 스위스국민당(SVP)이 62석을 확보하며 승리했다. 스위스국민당은 급증하는 이민자 유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정책 노선을 선거 내내 내세웠다.

지난 4월 핀란드 총선에서는 극우 핀란드인당이 46석을 얻어 2당으로 약진, 1당인 중도우파 국민연합당(48석)과 연립정권을 세웠다. 핀란드인당은 이민 제한과 유럽연합(EU)에 대한 과도한 공여 반대, 탄소중립 정책 완화, 반엘리트주의를 주장하는 등 전형적인 극우 정당의 행보를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작년 10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집권을 필두로 유럽 극우 정당들은 이제 유럽 정치권의 강력한 한 축으로 자리를 굳혔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의원이 2017년과 지난해 대선에서 결선 투표까지 진출에 성공했다. 프랑스에서 이민·안보·생활비 등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그의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어 다음 대선에서 집권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웨덴에서는 작년 9월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 스웨덴민주당(SP)이 73석으로 2당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끝에 집권 우파연합에 참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심지어 나치즘의 역사로 극우가 금기시돼 온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난 9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1%로 집권 연정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을 앞지르고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기민당)에도 불과 4%p만 뒤처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극우 정당들이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유럽을 뒤덮은 이민 유입에 대한 반발 정서로 풀이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여행 제한이 풀린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유럽으로 이민·난민이 밀려들면서 사회 불안과 건강보험 등 관련 부담 증가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정당으로 쏠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부유한 국가로 이주한 이민은 전년 대비 약 500만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이전보다 80% 정도 증가한 수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난민 급증과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극우 세력 지지세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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