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韓·美 복수 국적의 인요한 혁신위
영남권 중진들만 희생 강요 구태 답습
고질적 한국정치 혁신안은 없어 아쉬움

▲ 김두수 서울본부장

국민의힘 혁신사령탑 푸른 눈의 인요한 위원장. 헌정사에 전무후무한 ‘한국·미국 국적’ 자체만으로도 큰 기대를 건 것도 사실이다. 특히 복수 국적이기에 선진 미국 의회·정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에서 미국 의회를 벤치마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필자는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처방책에 기대를 걸고 주목했던 건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 미국의회에 정착된 자유투표, 즉 크로스보팅(Cross Voting) 제도를 한국의 집권당에 접목시킬 것이란 기대다. 미국은 정당공천 과정 민주화에 따라 60년대 말부터는 의회내 자유투표가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세기 동안 파행적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꿰뚫고 제대로 진단을 했다면, 개별 헌법기관이 무너진 의회민주주를 살리는 제도적 장치부터 제안되지 않았을까?

여의도는 궤변일망정 당론이 정해지면 거수기 노릇을 피할 순 없다. ‘감정적 탄핵 카드’를 당론으로 꺼내들어도 거부한 의원들에겐 살인적 비난을 퍼붓는다. 집단 린치와도 같다. 김기현 대표 체제의 여권은 극우보수 유튜버들이, 이재명 대표체제 야권은 ‘개딸’이 판을 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가 혁신의 칼을 빼들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환경엔 간극은 없진 않지만 의원 자유투표제도를 시도하는 건 매우 시급하다. 당장은 손해볼 망정 집권당부터 당헌·당규개정을 통해 의원 자유투표를 못박는 일이다. 집권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 실행하면 야당 역시 민심에 역행할순 없을 것이다. 내년 22대 총선에서 여권이 과반을 확보하면 뭐하나? 민생과 관계없는 ‘묻지마 법안’ 또는 야당 말살책 카드로 무조건 밀어붙이려 한다면 강대강 대치가 반복될 뿐이다.

둘째, 도덕성과 관련된 각종 비리 스캔들에 대해선 ‘원스트라잇 아웃’ 제도다. 부도덕한 의원을 짜맞추기식 윤리위에 올려 솜방망이 징계로 살려주는 ‘눈가리고 아웅’의 구태를 확실하게 척결하는 게 혁신이다. 자진 탈당 또는 출당식 행태로 봐주기식을 원천차단하는 동시에 단칼에 배지를 떼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런데 인 위원장은 지난 한달동안 무엇을 했나? 완장만 차면 누구라도 손쉽고도 뻔한 카드를 내밀었다. 과거를 답습한 식상한 서부영화를 한달 동안 틀어댔다. 관객들은 누가 총에 맞아 죽는지 흥미에만 집중할뿐이다. ‘멀쩡한 중진들’을 불출마 또는 험지에 내다버리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현대판 혁신인가?

권부를 직접 건드릴순 없으니 ‘성동격서’ 전략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전혀 고민없는 유치한 발상일뿐이다.

‘영남권 스타들’이 권력을 이용해 부패친화적 인물로 사건화된 것도 아니다. 데이터를 통한 과학적이고도 분석적 근거조차도 없다.

자연스런 정치생태계와도 배치되는 현대판 고려장 일뿐이다. 대구의 5선 주호영, 부산의 3선 장제원 의원이 크게 반발하는 기류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정치 9단 YS(김영삼)·DJ(김대중)가 반민주 신군부세력들과 맞딱뜨릴 당시엔 ‘인권변호사 노무현’을 신군부 심장부에 내리꽂는 등 전략 공천은 왕왕 있었다. 하지만 30여년이 흐른 지금, 완전히 민주화된 정치환경에서 반강제적 험지 출마는 유권자를 무시한 행태일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도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총선 때마다 구태를 혁신으로 포장해 실행하게 된다면 차기 총선 역시 후진적 행태를 반복하게 된다는 점이다.

인요한 혁신위 카드를 뽑은 건 울산 출신 김기현 대표다.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잘못된 혁신의 관행을 그대로 실행하는 건 더 큰 잘못된 결과만을 낳을뿐이다. 이 지점에서 지역 언론인으로서 영남권 중진들을 두둔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쳇말로 ‘7선급 기자’ 26년 국회 출입기자가 본 현실적이고도 본질적 문제점에 대한 시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 대표가 정점에 서 있는 인요한의 ‘논개작전’이 사실상 9부 능선에 와 있다. 벼랑 끝에 몰린 김 대표. 논개작전에 휘말려 험지에 동승할 것인가, 아니면 ‘김기현식 해법’으로 정면 돌파할 것인가.

김두수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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