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성 편집국 양산·기장본부장

한반도 새해 첫 일출 장소 ‘타이틀’을 놓고 이웃사촌인 경남 양산시와 울산 울주군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양 지자체가 새해 해맞이 행사의 의미를 ‘최초’와 ‘원조’에 두고 있는 모양새다. 양산시가 천성산 정상 원효봉(922m) 일대를 해맞이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추진하자, 울주군은 서울 등 타 지역에서 대대적인 홍보활동과 행사 콘텐츠 보강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양산시는 천성산 원효봉 정상부 일대에 일출조망대(돌 제단)인 ‘천성대’를 당초 규모보다 대폭 축소해 지난 24일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당초 계획한 일출조망대는 가로 24m, 세로 12m였으나, 가로 18m, 세로 9m로 축소했다.

시는 연말까지 돌 제단 등 일출조망대 공사를 완료하고 내년 새해 첫날 해맞이 행사를 열 계획이다. 해맞이 행사 당일에는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등 자연보호에도 최대한 신경을 쏟기로 했다. 양산시는 2024년 해맞이 행사때 관광객과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을 초청하는 등 천성산을 ‘해맞이 명소’로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양산시의 움직임에 간절곶을 보유한 원조 해맞이 지자체인 울주군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울주군은 KTX서울역에서 이용객을 대상으로 고향사랑기부제와 함께 울주군 관광명소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군은 전광판에 새해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울주군 간절곶에서 다가오는 새해 아침을 함께하길 바란다고 홍보했다.

이와 함께 군은 2024년 새해 해맞이 행사 때 드론 1000대를 동원한 ‘드론쇼’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맞이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군은 간절곶 공원에 최대 7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식물원을 조성하고, 간절곶과 함께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양 지자체는 새해 해맞이 행사를 놓고 보이지 않은 신경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양 지자체의 신경전은 지양되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명분’이 지자체 간 신경전으로 비화될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또 행사가 지자체의 치적 홍보용으로 전락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행사의 목적이 주민들 삶의 질 향상에 있는 만큼 양산시는 양산시 대로, 울주군은 울주군 대로 각자 실정에 맞게 해맞이 행사를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최초’와 ‘원조’ 논리보다는 양 지자체의 ‘상생’ 방안 모색이 중요하다. 상호 발전이 양 지자체 주민들의 복지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상생’을 위한 해법 도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동연 양산시장이 이달 초 울산시청을 방문해 김두겸 울산시장과 현안을 논의하고 협조를 구한 것은 ‘상생’을 향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김갑성 편집국 양산·기장본부장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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