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신민아 주연 영화
‘3일의 휴가’ 12월6일 개봉

▲ 영화 ‘3일의 휴가’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죽은 뒤 딱 한 명만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굴 봐야 할까. 사랑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가족을 보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다.

하늘나라에 살던 복자(김해숙 분)도 사흘간 지상에 머물 수 있다는 얘기에 망설임 없이 외동딸 진주(신민아)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복자는 3년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던 탓에 딸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에는 한 가지 제약이 있다. 복자는 딸을 볼 수는 있지만 말을 걸거나 만질 수는 없다. 진주는 바로 옆에 엄마를 두고도 그의 존재를 모른다.

육상효 감독이 연출한 ‘3일의 휴가’는 줄거리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다. 자칫 신파극으로 치우칠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노림수가 빤히 보여 거부감을 주는 장면은 없다. 관찰자의 시각으로 담담하게 모녀의 일상과 사연을 보여준다.

죽어서도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엄마,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휴가 가이드(강기영) 등 코믹 요소도 많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울다 웃다 하는 자신을 발견할 듯하다.

영화는 딸을 보러 지상에 내려온 복자의 현재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모녀의 과거도 간간이 플래시백 형태로 나온다.

복자가 미국 명문대 교수로 있어야 할 딸을 자기 고향 집에서 조우하며 영화는 본격 시작된다. 진주는 엄마가 남긴 레시피를 이용해 그가 하던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다.

복자는 갖은 고생을 하며 ‘배운 사람’으로 만들어 놨더니 결국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딸의 모습에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하지만 진주가 엄마가 살던 집으로 돌아온 이유를 알게 되면서 안쓰러운 마음은 하염없이 커진다.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무방비로 눈물샘을 공격당한다. 이들의 사연이 특별해서도, 둘의 관계가 유별나게 절절해서도 아니다. 복자와 진주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 엄마’ 김해숙의 연기는 뭉클함을 배가한다. 12월6일 개봉.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