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걸 울산 울주군수

‘고향’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에 뛰어놀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고향이 처한 현실을 보면 이런 추억은 아련한 옛말인 것 같다. 농어촌지역의 아기 울음소리는 끊어진 지 오래다. 마찬가지로, 산부인과 병원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노인을 위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초고령화, 저출산,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거론될 정도로 일부 지자체는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의 우수사례인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했다. 2021년 10월 제정된 고향사랑기부금법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월부터 시행됐고, 11개월이 지난 지금은 이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가는 단계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의 노력으로 자체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자치분권을 강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기부금은 사회적 취약계층 및 청소년 지원, 지역주민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주민복리 증진 사업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내 고향을 포함해 내가 주소를 두고 있지 않은 지자체라면 어디든지 개인별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고,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 10만원 초과 금액은 16.5%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기부금을 받은 지자체가 감사의 뜻으로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답례품까지 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가 아닐 수 없다. 기부자는 기부 포인트로 원하는 지역특산품을 선택할 수 있고, 지자체는 기부자의 기호에 맞는 답례품을 개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울주군도 전국 유일의 한우 특구인 언양·봉계 지역에서 사육된 한우, 옹기장들이 옹기 전통의 맥을 이어 만든 옹기제품, 조선시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로 상품성이 뛰어난 서생미역 등 다양한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마련해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울주군은 고향사랑기부제라는 좋은 제도를 군민들에게 알리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그동안 다양한 홍보활동을 추진해 왔다. KTX울산역과 서울역에서 홍보활동을 펼쳤고, 관내 기업체에 협조를 구해 사내 게시판 홍보는 물론 직접 방문해 제도를 설명하기도 했다. 1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는 언론홍보와 함께 울주군 홈페이지 ‘기부자 명예의 전당’에 게시해 예우를 다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 울주군은 지금까지 많은 분의 기부 참여로 울산 지자체 중 최고 기부 모금액을 달성했으며, 앞으로도 다방면의 노력을 펼칠 계획이다.

그리고 제도 발전을 위해 기초 자치단체장으로서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해 오면서 느낀 점과 향후 개선했으면 하는 사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았지만, 홍보가 부족해서 모르고 있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좋은 제도이기 때문에 더 많이 홍보되면 함께하는 참여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양한 방법을 통한 홍보가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홍보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모든 지역주민이 알 수 있도록 현재 규제 중인 개인별 SNS 홍보, 향우회·동문회 등 사적 모임 홍보를 허용하여 제도를 알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연간 최고 기부액 및 세액공제 한도를 올려야 한다. 개인 연간 최고 기부액을 현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전액 세액공제 한도도 현 10만원에서 30만원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 모금액이 증가해야 지자체 기금 사업에 더욱 큰 힘을 보탤 수 있으며, 답례품 공급업체의 판로도 증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훨씬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셋째, ‘고향사랑e음’으로 단일화된 모금 창구를 민간플랫폼과 병행해야 한다. 이는 인터넷 기반의 크라우드펀딩 특성상 ‘고향사랑e음’ 단일화보다는 다양한 민간플랫폼과 함께할 때 기부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아져 제도 참여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해 고향사랑기부제가 큰 성공을 거두길 바라며, 어린 시절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고향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사랑받기를 소망해 본다.

이순걸 울산 울주군수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