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제거·인질구출 위해
인근에 대형펌프 다수 설치
물부족 가자 수질영향 우려
작전두고 美 내부에서 논란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이스라엘 공습 현장에서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아기를 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해 이들이 가자지구에 설치한 지하 터널을 바닷물로 침수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달 중순 가자지구 알샤티 난민캠프 북쪽으로 4㎞ 가량 떨어진 지점에 바닷물을 끌어오기 위한 대형 펌프 최소 5대를 설치해 둔 상태다. 각 펌프는 지중해로부터 시간당 수천㎥의 해수를 끌어와 몇 주 내로 하마스 지하 터널을 물에 잠기게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달 초 미국에 이 같은 계획을 알려왔으며, 이에 미 당국자들 사이에서 이 계획의 군사적 가치와 실현 가능성, 환경에 미칠 영향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WSJ은 이 계획에 대해 미 정부 당국자들의 의견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찬성론자들은 지하 터널이 물에 잠기면 하마스 대원과 인질들이 지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으며, 하마스의 주요 군사 수단인 지하 터널도 완전히 파괴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이 모두 풀려나기 전에 이스라엘이 이런 침수 작전 실행을 고려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WSJ은 관측했다.

반대론자들은 이같은 작전이 성공 여부가 불확실할 뿐 아니라, 이미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가자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인도주의적 참사를 안길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WSJ에 “아무도 하마스 지하 터널과 그 주변 토양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물을 끌어오는 것이 얼마나 성공적일지 확신할 수 없다”며 “아무도 본 적이 없는 터널에 어떻게 해수가 흘러갈지도 모르는 까닭에 이 작전의 효과를 가늠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토양과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침수 작전은 이스라엘과 미 정부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전쟁 이후 가자의 물 부족 문제는 인도주의적 참사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의 지하 터널이 물이 얼마나 침투할 수 있는 구조인지 정확히 모르는 채로 바닷물을 지하에 흘려보내는 것은 가자의 하수와 정수 시설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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