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
불법 비자금 의혹 일파만파
내각 지지율 퇴진위기 수준
각료·요직 완전물갈이 검토
아베파 반발 역풍 관건될듯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집권 자민당의 파벌 간 균형을 중시해 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최대 파벌인 ‘아베파’(정식 명칭 ‘세이와정책연구회)의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에 조만간 칼을 빼 들 것으로 보인다.

11일 아사히신문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정부 각료와 차관급 인사는 물론 자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소속 의원을 모두 물갈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이른바 ‘아베파 비자금 게이트’를 수수방관하다가는 정권 유지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시다 정권을 뒷받침했던 아베파를 일소했다가 자칫 역풍을 초래해 정권 기반이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파 각료 등 15명 경질되나

기시다 내각에서 각료로 활동하는 아베파 의원은 정부 대변인이자 총리관저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 4명이다. 차관급인 부대신과 정무관으로 임명된 아베파 의원은 각각 5명과 6명이다.

이들 중에 비자금 조성 의혹이 보도된 인물은 마쓰노 장관과 니시무라 경제산업상뿐이지만,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에 속한 의원을 모두 정부 고위직에서 사퇴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게 현지 언론 관측이다.

이에 더해 자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실세 의원도 사실상 경질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아베파는 2018~2022년에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이른바 ‘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자금을 돌려줬지만, 이를 회계 처리에 공식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정부와 자민당에서 고위직을 수행 중인 아베파 인사들을 전원 교체하려는 데에는 아베파 비자금 의혹 수사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자금 게이트와 관련해 실명이 거론된 아베파 의원은 벌써 10명 정도인데, 도쿄지검 특수부가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13일 이후 수사를 본격화하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물밑서 인사안 조율하는 기시다

기시다 총리는 비자금 의혹에도 고위직에서 사퇴하는 대신 “직무를 다하고 싶다”며 버티는 아베파 의원들을 경질하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 인사안을 조율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도쿄지검의 수사 본격화에 앞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아베파 비자금 의혹에 대한 대응과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할 계획이다.

인사 시점과 관련해서는 임시국회가 종료된 이후 이르면 이번 주에라도 단행하는 안이 떠오르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아베파 의원을 일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아베파 내부에서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아베파의 한 간부는 기시다 총리의 인사 대책이 ‘악수’(惡手)라면서 “부대신과 정무관까지 교체한다면 내각 불신임 결의안에 찬성해도 좋다”고 비판했다.

아베파는 소속 의원 수가 99명으로, 뒤를 잇는 파벌인 아소파와 모테기파가 50여 명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러한 세력을 바탕으로 2000년 이후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등 4명의 총리를 배출했고, 기시다 총리도 아베파를 배려해 요직에 다수를 기용해 왔다.

그러나 아베파 반발을 고려해 일부 의원만 교체했다가 나중에 또 다른 인사의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 내각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어 아베파 주요 보직자 전원을 물갈이하는 방안이 부상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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