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섭 사회부 기자

국회의원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았다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단순’ 예산낭비 사례로 보였던 무룡테니스장이 정쟁의 수단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울산 북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무룡테니스장이 개발제한구역 행위허가를 받지 않아 불법건축물로 밝혀졌다. 급기야 북구의회 내부에서 무룡테니스장을 비롯한 매곡배드민턴장 조성 당시의 책임자를 고발하고 구상금 및 감사 청구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무룡테니스장 철거에 반대하는 ‘농성’도 예고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전되는 분위기다.

기자는 구청이 예산을 들여 무룡테니스장에 시설물 설치를 했는데, 폭우 등으로 제대로 사용조차 못하고 철거되어야 하는 현장을 보도한 바 있다. 불법건축물을 비롯한 불법 행위 등을 단속해야 할 행정기관이 오히려 불법건축물을 조성하고 철거 및 보수 등의 과정에서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시민 혈세를 투입하는 ‘사건’이었다. 시발점은 좋은 의도였을지언정 그 결과는 시민의 혈세로 불법을 조장한 형국이다.

무룡테니스장과 매곡배드민턴장은 공공체육시설로 각각 지난 2008년과 2014년 건립됐다. 하지만 테니스장은 조성 당시 개발제한구역 행위허가를 받지 않았고, 배드민턴장은 인근에 하천을 접하고 있어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공유수면관리법)’에 따라 체육시설로 이용할 수 없는 불법시설물로 분류됐다.

특히 두 시설 모두 우천으로 인한 사면붕괴 등 각종 안전사고가 우려돼 철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두 체육시설의 철거가 결정·보도된 이후 주민과 이용객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져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불법인 데다 안전이 우려되는 만큼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과, 매몰 비용 및 철거 비용 등을 고려해 체육시설들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잘못된 행정으로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일어나는 등 사실상 행정기관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계속되면 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도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비단 울산 북구청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행정상의 오류 또는 행정 편의주의, 포퓰리즘 정책 등으로 조성된 불법 체육시설이 적지 않다. 하루빨리 행정기관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고 재발방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행정력을 발휘하면 된다. 시민들에게 행정의 신뢰도를 높일 정책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동섭 사회부 기자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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