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

말을 잘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을까. 역사이래 지금까지 예수, 붓타, 공자 등 수많은 종교 선지자를 비롯해 선지식인 그리고 학자들까지 이 말하기 가르침에 대해 한 마디씩 해 왔다. 그것은 말하기가 인간의 삶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도 되고 어렵다는 뜻도 된다.

그 수많은 가르침들의 대전제는 한 마디로 말을 보면 말하는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과 말이 사람의 행과 불행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가르침 가운데 하나는 말로 사람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며칠 전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는데 한 지인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왜 그러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처음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궁금해서 다시 물으니 억지로 말을 했다. 그는 아침에 자기 상사로부터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막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가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또 어떤 부족함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상사가 직원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을 해서 그를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도 상사가 한 말을 듣고는 내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랐다. 그 직원도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성인이고 아내와 자식이 있는 가장이 아닌가. 그가 당한 모멸감과 치욕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내가 더 걱정이 됐다. 두고두고 상대를 올바로 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바로 남으로부터 인격적으로 무시당하고 모욕을 당할 때다. 치욕적인 말로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참기 어렵다.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그만큼 말이 주는 상처는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걸 언어폭행이라고 한다. 언어폭행은 신체폭행보다 더 깊고 오래 간다. 그래서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의 순기능도 있지만 반대로 말 한 마디로 사람을 죽게도 하는 역기능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상대에게 자존심과 인격적으로 상처를 주는 막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신성해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특히, 상대를 비인간적으로 동물에 비유한다거나 동물의 신체말로 모욕을 주거나 비속어나 욕설과 같은 막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귀하게 맺은 인연을 말 한 마디로 악연이 되는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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