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 텐트 무너지고
몸 젖은 채로 추위에 노출
전염병 확산 우려도 커져

▲ 지난 13일(현지시간) 피란민 대부분이 모여 있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실향민 캠프에서 어린이들이 이불과 비닐을 덮고 야외에 앉아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지지가 없더라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쟁 중인 가자지구 전역에 겨울 폭우가 내리면서 피란민 고통이 커지고 있다.

2개월 넘게 이어지는 전쟁으로 인도주의 참사가 벌어진 와중에 물난리까지 닥치면서 텐트가 물에 잠기고 질병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밤새 가자지구 전역에는 큰비가 내렸다.

이스라엘 기상청은 당시 지중해 연안 대부분 지역에 약 10~35㎜의 비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북쪽으로 10㎞가량 떨어진 이스라엘 도시 아슈켈론에는 15.9㎜의 비가 내렸다. 가자지구에서 우기는 통상 11월~3월로 이 기간 연간 강우량의 대부분이 쏟아진다.

밤사이 내린 비로 비포장도로는 진흙탕이 됐고 거센 비바람에 텐트가 무너졌다. 피란민은 젖은 몸을 말릴 수 없어 추위에 그대로 노출됐다.

아내와 세 자녀와 함께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머무는 람지 무함마드(31)는 “약 한 달 전 가자시티에서 대피할 때 겨울옷을 받지 못했다”면서 “밤을 버티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서로를 껴안고 몸을 녹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자지구 인구 90%에 해당하는 약 190만 명이 난민 신세다. 이들 상당수가 임시 텐트에서 옷가지 등을 덮은 채 추위를 견디고 있다.

하수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비위생적 환경에서 비가 내리면서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앞서 마거릿 해리스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수인성 전염병과 박테리아 감염, 유아 설사가 늘고 있다면서 “비가 고통을 가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HO는 10월 중순 이후 가자지구에서 3만3500건 넘는 설사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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