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가야만 하는 길, 탄소중립

석유화학·비철금속기업 밀집한 남구·울주군
연료·원료 친환경 전환하고 직접배출 줄여야
조선·자동차 중심 동·북구, 전력시설 전환 과제
울산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땐 해결 가능성
지역내 유일하게 비산업 부문 배출 많은 중구
그린 리모델링으로 에너지 효율 증가 모색을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이 강화되고 있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감대도 형성됐다.

정부는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포함한 탄소 중립 이행 기본 계획을 수립했고, 울산시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해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을 계획 기간으로 지역 특성을 고려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 중이다.

공공과 별개로 기업체를 중심으로 민간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지만 탄소 다배출 사업장이 밀집한 울산의 현실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은 멀다. 이에 본보는 울산 산업계를 중심으로 각 지자체별 현실을 반영한 울산 맞춤형 온실가스 저감 방안을 살펴본다.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장 밀집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래 석유화학단지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잇따라 들어서며 대한민국의 산업수도 역할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국 최고의 ‘부자 도시’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지만 환경 오염에 따른 ‘공해 도시’라는 오명 역시 얻었다. 울산은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배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울산의 주력 산업 중 석유화학은 철강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시멘트 등과 함께 온실가스 다배출 4대 업종에 포함된다. 비철금속은 철강과 비슷한 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업종이다. 이에 2020년 울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720만3695tCO2-eq로 7대 특·광역시 중 최다를 기록했다.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충남(1억4191만1607tCO2-eq), 전남(9319만9097tCO2-eq), 경기(6289만6149tCO2-eq), 경북(5069만7916tCO2-eq)에 이어 5위 수준이다. 울산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지자체들의 면적을 감안하면 면적 당 배출량은 울산이 단연 1위다.

울산 5개 지자체 중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곳은 남구와 울주군이며, 이어 북구, 동구, 중구의 순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울산의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이다.

◇2018년 이후 감소세

다행히 울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1년 4616만7077tCO2-eq였던 울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2년 4848만9238tCO2-eq로 증가한 뒤 2013년 4789만5041tCO2-eq, 2014년 4456만1083tCO2-eq, 2015년 4447만1909tCO2-eq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4500만tCO2-eq에서 4600만tCO2-eq 수준을 오가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4968만5490tCO2-eq로 최다를 기록한 뒤 2019년 4843만7285tCO2-eq, 2020년 4720만3695tCO2-eq로 다시 줄어들고 있다.

울산 지자체별 배출량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0년 남구와 북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각각 10.2%와 16.2% 감소했고, 동구와 중구는 각각 8.7%와 3.5% 감소했다. 다만 울주군은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대비 증가했다.

◇지자체별 배출 특성 뚜렷

온실가스 배출은 직접 배출과 간접 배출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 배출은 배출원 내부의 에너지 연소나 공정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이며, 간접 배출은 배출원의 일상적인 활동에 필요한 전기나 스팀 등을 구매함으로써 발전소 등 외부에서 배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 시설이 집중된 남구와 울주군은 화석연료의 연소 비중이 큰 석유화학과 비철산업이 집중돼 있어 직접 배출량 비중이 매우 높다. 반면 자동차와 조선 산업이 밀집한 동구와 북구는 전력 활용 비중이 높아 간접 배출이 직접 배출을 소폭 웃돈다.

산업 시설이 거의 없는 중구는 비산업 부문의 직접 배출량이 간접 배출량에 비해 많은 특징이 있다.

◇배출 관련 맞춤형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각 지자체의 배출 특성이 상이한 만큼 효과적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및 관리를 위해 구·군별 맞춤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선 석유화학과 비철금속 기업이 집중된 남구와 울주군은 기업의 연료와 원료를 바이오 납사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전력의 활용은 전기 가열로나 전기 용융로 등의 대체 공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 공정에서 활용되는 냉매를 재이용·재활용하거나 대체 물질을 개발·적용해 직접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가피하게 화석 연료를 사용할 경우 CCUS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 중심인 동구와 북구는 전력 시설의 전환이 당면 과제인데 울산시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지정될 경우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력 전환 외에 공장 에너지 감시 및 관리 체계(FEMS)와 건물 에너지 감시 및 관리 체계(BEMS) 도입을 통해 에너지 수요 관리와 이용 효율의 극대화도 추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산업체가 거의 없어 비산업 부문 배출이 많은 중구는 그린 리모델링을 통한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키고, 건물 옥상과 벽면의 태양광 확대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맞춤형 대책 외에 관리의 사각지대에 대한 파악과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산업 부문 배출원들의 관리 책임과 권한은 중앙 정부가 갖고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과 기업들만이 대상이라는 허점이 존재한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사업체들은 규모가 작을뿐 숫자는 많아 이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은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며 “소규모 사업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 역시 개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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