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탄소중립, 바다숲에서 해답을 찾다

바다사막화 완화·예방 위한 바다숲
동구 주전 등 울산엔 총 4곳 조성돼
해조류 이식·자연암반 복원 등 통해
해양생태계 살리고 CO2 저감 기여
서생 앞바다에 국내 첫 해양도시 건설
특히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 관심 집중
육상시설보다 운영비 획기적으로 적고
해수로 냉각발전 CO2 배출 줄일수있어

역대급 폭염과 폭우, 시베리아 한파 등 이상기후가 점점 일상이 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구 기온 상승 폭 1.5℃를 넘지 않기 위해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맺었고,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기로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지구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난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개인이나 회사, 정부,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탄소중립의 열쇠로 나무나 숲, 열대우림 등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인 그린카본과 전 세계 연안에 분포한 식물과 퇴적물을 포함하는 생태계가 흡수·저장하고 있는 탄소인 블루카본이 꼽힌다. 울산 앞바다에서 이러한 블루카본 바다 숲이 조성되고 해저도시 건설 구상까지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울산 앞바다 바다숲 조성 최적지

지난 1990년 동해안과 제주 해역에서 바다사막화 현상이라 불리는 갯녹음화 현상이 처음 확인됐다. 이후 그 면적이 확대돼 매년 축구장 1700개, 1.2㎢에 달하는 규모의 바다가 황폐화되고 있다. 지난 2019년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울산을 포함한 동해안의 51%, 제주도의 35%, 남해안의 13%가 바다사막화 현상이 진행됐다. 면적을 모두 합하면 총 1만2730㏊로, 여의도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는 이런 바다사막화 현상을 완화 혹은 예방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바다 속에 ‘숲’을 조성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009년부터 전국 연안 228곳을 대상으로 291.8㎢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했다.

현재 울산 앞바다에 조성된 바다숲은 동구 주전·일산, 북구 판지, 울주군 서생 등 4곳이다.

지난 2012년부터 수십억원을 들여 울산 앞바다에 조성된 바다숲으로, 조성 초기 대비 해조류·저서생물 종수는 1.2~4.8배 증가하고 바다사막화 면적은 1.53~8.68% 감소했다.

울산 앞바다인 동해는 수심이 깊지만, 단단한 암반이 많고 면적이 넓은데다 수온이 낮다. 조류가 강하고 수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해안이나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에 비해 바다숲 조성에 알맞은 환경이다. 바다숲을 이루는 해조류 등은 암반 등에 붙어 살아가는데, 암반이 많고 넓은 동해가 해조류 군락 조성에 유리한 것이다. 또 수온이 낮아 생육에 유리한 점도 있다. 바다사막화 자체가 이상기후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해조류가 녹아내리고, 성게 같은 초식동물의 이상 증식 등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바다숲 조성은 자연 암반에 해조류를 직접 이식하거나 암반 부착기질 개선, 해조류 유주자 살포, 성게 등 초식동물 구제 등 자연 암반을 직접 복원하고 개선하는 복합 조성 방식을 활용해 이뤄진다.

또 바다숲은 어족자원 고갈을 막아 어업인과 관광업 종사자 소득 증대는 물론 해양생태계 복원 및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한다.

바다숲 조성에는 정부와 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적극적이다.

실제 바다식목일인 5월10일에는 현대자동차가 해양 생태계 복원을 통한 탄소저감 및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고자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해조류 블루카본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니 해저도시 조감도 최초안
미니 해저도시 조감도 최초안

◇울산 앞바다에 조성중인 미래도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데 있어 또 다른 관심대상은 바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 앞바다에서 국내 최초로 추진되는 미니 ‘해양도시’건설 사업이다. 스타워즈 같은 SF영화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곧 다가올 울산의 미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신리항 앞바다 900m, 해저 30m에 건설하는 미니 해저도시는 1만1720㎥ 면적의 모듈 형태로, 현재 기본설계가 완료된 상태다. 산소 발생기, 이산화탄소 제거기 등 장비실과 과학 실험용 공간인 메인 모듈, 수중 데이터센터로 활용될 데이터 모듈, 주거 모듈 등 세 공간으로 구성된다. 오는 2026년 상반기에 이 해저도시가 완공되면, 3명의 연구원이 입주해 해저도시 건설과 해저 공간 활용 기술 등 각종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데이터 모듈에 구축되는 수중 데이터센터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IT기업들이 앞다퉈 개발 중인 데이터센터는 육상 데이터센터에 비해 운영 비용이 획기적으로 적다. 운영에 필요한 냉각 비용을 절반으로 줄여 막대한 전력 소모를 줄이고, 육지와 달리 해수를 통해 냉각 발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한택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제4회 해양수산 과학기술 혁신포럼’에서 “울산 앞바다는 타지역에 비해 탁도나 조위, 수온 등의 조건이 수중 건설 작업에 용이하다”며 “최근 20년간 해저 지반 침하 이력도 없어 지반 안정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해저도시 구축은 미래의 기술적 도전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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