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발가락 반대 방향 휘어
심각한 관절 변형·통증 유발
심할땐 피부궤양·탈구 위험
   
선천적 평발·넓은발볼 취약
높은굽·좁은폭 신발 신거나
키높이 깔창 사용등도 원인
   
평소 낮은굽·넓은폭 신발 착용
안창·발가락 보조기 사용 도움

▲ 황일영 동천동강병원 정형외과 전문의가 무지외반증이 심한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운동에도 유행이 있다. 최근에는 ‘맨발걷기’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중구 황방산 생태야영장, 남구 태화강 황토 맨발길, 동구 옥류천 맨발길, 북구 송정박상진호수공원, 울주군 태화강생태관 인근 산책로 등 지자체마다 맨발걷기 장소를 앞다퉈 만들고 있다. 맨발걷기 운동의 대표적 효능으로 신발의 모양과 구조로 인한 발의 피로, 근육을 개선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고르지 못한 길은 발에 상처를 생기게 하고 특히나 무지외반증이 심한 환자의 경우 엄지발가락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발 양 끝에 힘을 주면서 보행 자세가 부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맨발걷기의 장점도 있지만, 발건강에 미칠 위험성에 대해 황일영 동천동강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후천적으로도 발생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 방향으로 휘어지는 질환으로, 엄지발가락 관절의 심각한 변형을 유발한다. 엄지발가락이 휘면서 발 볼이 튀어나와 신발 등에 마찰하면서 통증이 발생하고 발가락, 발바닥에도 굳은살이 박힌다.

통증 때문에 걷기 힘들고 심지어 신발조차 착용하기 힘든 통증이 생긴다. 발의 변형으로 인해 걸음걸이가 흐트러지며 발목이나 무릎, 골반, 허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무지외반증은 선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후천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한다. ‘하이힐병’이라 불릴 정도로 신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높은 굽, 좁은 폭을 가지고 있는 신발을 즐겨 신는 사람들에게 생기기 쉽다. 요즘에는 남성들도 키높이 깔창 등을 많이 찾으면서 남성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반드시 후천적인 요인만으로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며 선천적으로 평발이거나 발 볼이 유독 넓은 경우에 무지외반증에 취약하다. 이 밖에도 류마티스 관절염, 신경근육성 질환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자 상황 따라 수술 결정

가장 흔한 증상은 제1중족 발가락 관절 안쪽의 돌출부위 통증이다. 이 부위가 신발의 자극을 받아 두꺼워지고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차적으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발가락의 발바닥 쪽에 굳은살이 생기고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하면 두 번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과 겹치면서 굳은살과 압박성 피부궤양이 생기기도 하며, 관절이 탈구되기도 한다. 새끼발가락 쪽에도 관절이 돌출되는 변형이 생기기도 한다.

무지외반증의 진단은 외형적 변형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으나,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진찰과 방사선 촬영검사가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무지외반증의 증상을 확인하고, 방사선 촬영에서 단순 방사선 검사를 통해 변형된 각을 확인하며 관절의 퇴행성 변화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황일영 동천동강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는 “환자의 불편한 정도와 의학적 소견을 종합해 치료가 결정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라며 “아무리 변형이 심해도 바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고, 환자에 따라 수술 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무지외반증 치료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불편한 신발부터 벗어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엄지발가락을 벌리거나 발등을 드는 등 엄지발가락과 관련된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맨발 걷기는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거나, 질환을 늦추는 데 적합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황 전문의는 “다만 중증도 이상의 무지외반증은 맨발 걷기가 오히려 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엄지발가락이 몸을 지탱하기가 어려워지기에 발 양 끝에 힘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자세 이상으로 척추에 무리를 가하게 된다”며 “엄지발가락으로 체중을 받치지 못하고 발의 바깥쪽 부분으로 걷게 되면 발목에도 무리한 힘이 가해져서 넘어지거나 발목 관절이 상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낮은 굽 신발 예방에 도움

수술의 경우에는 매우 다양한 수술법이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환자의 나이, 변형의 정도, 가장 불편한 부분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수술은 일반적으로 돌출된 부위의 뼈를 깎아내고 내외측으로 치우친 뼈를 잘라 각을 교정하며, 짧아진 근육과 연부조직을 늘려주는 식으로 한다.

무지외반증이 진행성 질환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며, 자연 치유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특히 탈구되면 변형이 뚜렷하게 발생한다. 엄지발가락이 옆으로 휘면서 관절에 비정상적 힘이 가해지면서 퇴행성 관절염이 생길 수 있고, 발가락뼈 사이의 신경이 붓고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다만, 증상이 없거나 변형 정도가 작으면 수술보다는 비수술적 치료가 권장된다.

황 전문의는 “예방을 위해서는 발가락 부위가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을, 평발의 경우 발바닥 안쪽을 지지해 주는 안창 사용이 도움이 된다”며 “발가락 사이에 공간을 확보해 주면서 제1중족 발가락 관절 안쪽 돌출부위를 보호해 주는 발가락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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