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기업들이 2024년 새해 시무식(신년회)을 갖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 단계 성장하는 한해를 만들자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기업은 ‘혁신적인 변화’와 ‘성장’을, 중소기업은 ‘생존’을 주요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 도급순위 최상위의 중견 전문업체가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부도위기에 직면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고금리’와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울산시와 금융당국은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향토 기업들이 연쇄도산 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동성 공급 등 대책에 나서야 할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 전문건설업체 중 수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세경토건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연말 만기 도래한 수십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막지 못했다. 이 업체는 전문건설협회 울산시회 소속 1004개 업체 중 2022년 도급순위 2위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건설업체다. 이 업체 역시 고금리에 부동산경기 침체로 수주물량이 감소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또 나머지 많은 건설업체들도 현금흐름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있다고 한다. 연쇄부도의 공포가 지역 건설업계 전반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위기의 그림자는 주력 산업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울산지역 주력산업 기상도는 대체로 ‘흐림’으로 예보됐다. 대한상의가 10개 주요 업종별 협회·단체 등과 함께 발표한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자동차·조선 업종만 ‘구름조금(좋음)’으로 예보됐을 뿐이다.

울산 최대 수출을 자랑하는 석유화학은 ‘공급과잉’ 우려로, 울산이 제4 주력산업으로 야심차게 키우려는 이차전지는 ‘수요위축’ 우려로 각각 ‘흐림(어려움)’으로 예보됐다. 또 이차전지 업체로 변모하려는 비철금속을 포함한 철강업종 역시 ‘흐림(어려움)’으로 예상됐다. 건설업종은 ‘비(매우 어려움)’로 업황 전망이 가장 어두웠다. 이들 업종은 상황이 나빠지면 기업 투자 위축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현재 경기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시각각 옥죄는 위기의 징후를 엄중히 보고 ‘생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적자생존의 법칙’은 경영계에도 예외가 없다. 강한 기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기업이 강한 것이다. 향토 기업들이 ‘아생연후’에 다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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