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관통하는 태화강은 울산의 얼굴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태화강은 전국에서 가장 더러운 강이었다. 그런데 울산시가 지난 2000년께부터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강으로 탈바꿈했다. 곳곳에 오폐수 처리장을 건설하고 주택가에는 오수관로를 깔아 오폐수를 차집했다. 이런 노력으로 태화강에는 국가정원까지 들어섰다. 국가하천인 태화강은 이제 대한민국 대표 하천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태화강으로 통하는 울산의 지방하천은 아직 한참이나 멀었다. 실상을 들여다 보면 부끄러울 정도다. 온갖 오염원이 난무하고 일부지역은 세차장을 방불케 한다. 실핏줄이 썩어들어가는데 동맥이 성할 리가 없다. 모든 오염물질은 태화강의 지천, 그러니까 지방하천을 통해 떠내려 온다. 이는 최근 국가하천으로 승격된 회야강 지천들도 마찬가지다. 실핏줄이 건강해야 동맥이 건강해지고 동맥이 튼튼해야 심장 박동이 우렁차게 뛰는 것이다.

현재 울산에는 국가하천 2개와 100개의 지방하천이 흐른다. 구군별로 살펴보면 울주군이 69개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북구 20개, 남구와 동구 각 4개, 중구 3개가 흐르고 있다. 지방하천 외에 지방하천으로 연결돼 있는 골짝골짝의 실개천까지 합하면 그 수는 무한정으로 늘어난다.

하천은 시민들에게 많은 것을 준다. 사람들에게 맑은 식수를 공급하고 친수공간을 제공하며 마른 농경지에 물을 대준다. 그러나 이 하천을 잘못 관리하면 재앙이 찾아온다. 하천이 모든 오염물질의 이동 통로로 이용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천의 물은 먹을 수 없게 되고 친수공간은 오히려 피하고 싶은 장소가 된다. 홍수라도 나면 지방하천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기 일쑤다. 실제 울산지역 지방하천 중에는 쓰레기가 쌓여 하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도 비일비재하다.

환경 관련 용어 중에 ‘비점오염원(非點汚染源)’이라는 말이 있다. 공장 등에서 나오는 폐기물이나 폐수는 배출장소가 정해져 있지만 비점오염원은 넓은 장소에 흩어져 있어 관리하기가 어렵다. 농지에 살포된 농약, 축사에서 흘러나온 배설물, 도로상 오염물질, 도시지역의 먼지와 쓰레기 등은 비가 오면 모두 하천으로 흘러들어 태화강 등 국가하천을 오염시키게 된다.

울산시와 각 구·군은 이제 태화강의 빛나는 얼굴에 가려 관심 밖으로 밀려난 지방하천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지방하천을 외면하면 국가하천도 온전할 수 없다. 이번 본보 기획시리즈를 통해 울산지역 행정기관과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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