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도 독립문화원사 필요

울산 5개 구·군 문화원 가운데
중구문화원만 유일한 독립원사
문화발전 장기 계획 수립 가능
대부분 다른 기관과 나눠 써
시설 노후화하고 공간 협소해
큰 행사땐 타시설 대관하기도
울주·북구문화원은 내년 첫삽
동구는 건립·이전 계획 없고
남구는 독립원사 형태에도
다양한 단체들과 건물 공유

▲ 울산 중구문화원은 독립원사를 갖추고 주말이면 공연을 마련하는 등 울산시민에 지역 거점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중구문화원에서 열린 공연 모습.

울산 5개 구·군에 각 1곳씩 5곳을 비롯해 전국 시·군·구에는 모두 231곳의 지역 문화원이 있다. 이들은 지방소멸 위기 속에 사라져가는 우리 고유의 전통을 담은 지역 문화자원을 보존·발굴하고, 계승해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편, 지역민들에게 지역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울산지역 5개 구·군 문화원 중 번듯한 독립문화원사(獨立文化院舍)를 갖추고 있는 곳은 사실상 중구문화원(원장 박문태)이 유일하다. 전국적에서 우수 문화원으로 손꼽히는 강릉·송파문화원의 경우 독립문화원사(독립원사)를 갖추고 지역 거점 문화공간으로 지역 문화 성장을 책임지고 있다.

울산에서도 중구문화원이 지난 2020년 독립원사를 갖춘 이후 문화의거리에서 지역민을 넘어 울산 시민의 거점 문화공간으로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옹기마을 울주민속박물관 내에 위치한 울주문화원.
▲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옹기마을 울주민속박물관 내에 위치한 울주문화원.

◇독립문화원사 법률적 근거

지방문화원진흥법 및 동 시행령은 지방문화원이 목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을 확보하고, 목적사업에 지장이 없는 한 주민에게 시설을 제공토록 규정하고 있다. 최소한 ‘연면적 330㎡(100평) 이상의 시설’과 ‘사무실, 회의실, 강당(공연장 또는 시청각실 겸용), 전시실, 도서실’ 중 3개 이상의 시설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독립원사를 갖추지 못한 울산지역 대부분 문화원의 경우 법률적인 근거는 충족한다. 하지만, 시설 노후와 협소한 강당 시설로 교육이 현실적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면적 330㎡ 규정 자체도 다른 단체와 공간을 나눠 쓰고 있어 모호한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2017년 지방문화원진흥법 제8조 2항 ‘지역문화사업 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관리’가 개정되면서 지방문화원은 지역문화사업 관련 자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유지 관리해야 하지만, 자료실을 확보할 공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 독립원사 형태이지만 다양한 단체와 시설을 공유하고 있는 남구문화원 전경.
▲ 독립원사 형태이지만 다양한 단체와 시설을 공유하고 있는 남구문화원 전경.

◇울주·북구문화원, 독립원사 희망

독립원사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울주문화원과 북구문화원이다.

울주문화원(원장 노명숙)은 내년 상반기 중 독립원사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지난 1999년 출발한 울주문화원은 지금까지 총 4번 이사를 하다 지난 2013년 5월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옹기마을에 있는 울주민속박물관 안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정작 박물관 외관에는 울주문화원 현판이 그 어디에도 걸려있지 않다.

무엇보다 박물관 공간이 협소해 도서실·취미교실·예체능실·강의실 등 종합문화 시설 등은 엄두도 못 냈다. 박물관 역시 울주향토사료관이 재탄생해 만들어진 시설로 수장고 등 포화 상태로 문화원 사무공간 비우고 확장 필요성이 제기됐다.

울주문화원 관계자는 “울주지역의 역사·문화 저변확대와 발전을 위해 울주 지역의 지역학을 연구·보존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유산으로서 울주 역사·문화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향토문화진흥을 위한 지역학 발굴정리, 지역인물연구 등 전반으로 넓혀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원활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원사가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호응해 최근 울주문화원과 울주군은 독립원사 건립 필요성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지고, 옹기박물관·울주민속박물관 등 문화시설이 집약된 외고산옹기마을에 내년 울주문화원 독립원사를 건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 시설 노후와 복잡한 내부 등으로 독립원사가 시급한 동구 화정동 동구문화원 전경.
▲ 시설 노후와 복잡한 내부 등으로 독립원사가 시급한 동구 화정동 동구문화원 전경.

북구문화원(원장 박원희)도 내년께 독립원사 건립이 기대된다. 지난 2003년 진장동사무소에서 문을 연 북구문화원은 옛 송정초등학교(2004년), 옛 양정동사무소(2009년)를 거쳐 2010년부터 지금의 옛 송정동사무소 자리에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2층 건물 전체를 사용했지만, 2015년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에 한 층을 내어주며 공간이 좁아졌고, 이들이 자리를 비우자 연이어 우리역사바로세우기본부가 공간을 차지해 독립원사가 더 간절했다.

북구문화원 관계자는 “무엇보다 현재 원사는 진출입로가 좁아 사고 위험성이 높아 문화강좌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서예·음악·무용 등의 문화강좌가 열리고 있지만, 수강 인원과 강좌를 늘릴 수 없는 실정이다”며 “강의실도 열악해 그 흔한 빔프로젝터 장비도 설치하지 못해 인문학 강좌 등은 생각도 못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북구는 북구문화원 독립원사 필요성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 상반기 추경에 실시설계 예산을 반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독립원사 건립은 북구 화봉동 고헌중학교 인근 구유지로 예상해 건립이 조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 북구 송정동 옛 송정동사무소 자리에 우리역사바로세우기본부에 함께 있는 북구문화원 전경.
▲ 북구 송정동 옛 송정동사무소 자리에 우리역사바로세우기본부에 함께 있는 북구문화원 전경.

◇동구문화원, 독립원사 절실

2001년 방어진농협 대송지점 지하에서 문을 연 동구문화원(원장 지종찬)은 여러 차례 이전 후 지금의 옛 화정동주민센터에 자리 잡았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울산동구지회, 바르게살기운동 동구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울산동구지부 등과 같은 공간에 있기에 창립총회 이후 줄곧 독립원사를 추진했다.

비좁은 공간은 물론이고, 시설 노후화로 장마철에는 비가 새고, 침수가 잦다. 온라인 회원 수가 4만여명에 달해 대규모 행사를 치를 때면 현대예술관, 꽃바위문화관 등을 대관할 수밖에 없다.

동구문화원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해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혜택 제공하고 있지만, 동구청은 독립원사는커녕 이전에 관해 그 어떤 계획도 세우고 있지 않아 독립원사의 길이 더 요원하다.

남구문화원(원장 고문구)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독립원사 형태를 띠고 있지만, 내부에는 인재평생교육진흥원, 울산문화원연합회,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울산본부 등이 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독립원사만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어진 새로운 건물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울산지역 구·군 문화원은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고, 문화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방향에 맞춰 기능과 사업 범위, 내용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문화원의 기능과 사업 내용에 맞는 문화원사 공간 배치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김성연 중구문화원 사무국장은 “지역 문화원은 장기 발전 계획에 따라 독립적인 예산으로 지역 거점 문화 공간으로 성장해 지역 문화 성장을 책임져야 한다. 문화원에 오면 심심하지 않고 항상 즐길 것이 있다는 것을 지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립원사는 장기간 고민을 해야 하지만, 실제 예산이 뒷받침되면 순식간에 지어진다. 지자체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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