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곳이지만 한번 내리면 큰 피해를 발생시킨다. 행정기관이나 시민들 모두가 눈에 대한 대비가 안돼 무방비 상태로 재난을 맞기 때문이다. 울산시와 구·군은 매년 제설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사실 뚜껑을 열어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러다보니 조금의 눈비에도 도로가 얼어붙고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울산도 9일 적설량이 1~5㎝에 이를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지금이라도 제설함 등을 확인하고 미리 사고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최근 본보 취재팀이 제설함 등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제설함에는 책, 바둑판, 생활쓰레기 등이 뒤범벅이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눈이 오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경사로 등에는 정작 제설함이 없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제설함은 눈을 치우기 위한 것인데 실제로는 온갖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으로 변한 것이다.

울산은 지난 2014년 2월17일 엄청난 사고를 목격한 바 있다. 바로 인근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눈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강당 천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 사고로 신입생 환영회에 참가했던 대학 신입생 100명이 깔리고 10명이 숨졌다. 비록 울산시 행정구역 내에서 발생한 일은 아니었지만 아찔함을 느낀 것은 마찬가지였다. 울산 북구지역의 중소기업들도 지붕이 내려앉아 많은 근로자들이 다쳤다.

울산은 폭설이 드물지만, 대비가 안 돼 있는만큼 위험도는 더 높다. 3㎝만 쌓여도 버스와 택시, 각종 운송수단이 마비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고개가 많아 눈이 조금이라도 오면 교통이 두절되는 곳도 많다. 또 울산은 대부분의 일터가 공단에 몰려 있어 자칫 폭설이 그치지 않으면 도시 전체가 마비된다. 눈 위에 비가 내려 얼어붙으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 되기 일쑤다.

이상기후가 점점 많아지면서 폭설이나 집중호우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언제 얼마만큼의 폭설이 내릴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막연히 눈이 안 오는 지역이라는 편견을 갖고는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없다. 울산에서도 적설량을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는 장비를 가동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어떻게 세워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

이번에 본보 취재팀이 취재한 제설함 실태는 울산지역 구·군의 자연재해 대비 상태를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증거다. 폭설이든 지진이든 나태하면 반드시 사고는 일어나게 돼 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