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관 재개관 도자·서화 등 1671점 한자리에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그린 국보 ‘세한도’(歲寒圖)가 나눔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특별히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새로 단장한 기증관을 오는 12일부터 선보인다고 11일 밝혔다. 2022년 12월 문을 연 ‘기증 오리엔테이션 공간’(기증Ⅰ실)에 이어 공개하는 기증관 개편 사업의 결과물로, 국보·보물을 포함해 총 1671점의 기증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새로 탄생한 기증관은 주제별로 나눠 문화유산 나눔의 의미를 전한다. 

기존에는 보물 ‘분청사기 상감 연꽃 넝쿨무늬 병’ 등 4000여점의 문화유산을 기증한 이홍근 씨 등 기증자 이름을 따 공간을 구성했다면 새 공간에서는 주제별로 기증품을 소개한다.

‘문화유산 지키기와 기증’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에서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혼란한 상황에서 국외로 반출되거나 훼손될 위험에 처했던 문화유산을 지킨 노력을 짚는다. 

1987년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이 기증한 ‘철종비 철인왕후 추상 존호 옥책(玉冊)’,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회가 기증한 고려 나전경함 등을 볼 수 있다. 

이어진 전시 공간에서는 중앙 통로 좌우에 우리 옛 생활문화를 담은 문방과 규방 공예품, 흙과 금속 재질의 문화유산을 배치해 다양한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전통 미술품에서 받은 영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기증품도 소개한다. 

일부 기증품은 기증관 재개관을 기념해 한시적으로 특별 공개된다.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씨가 기증한 국보 ‘세한도’와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기증한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가 5월5일까지 공개된다. 

세한도는 1844년 당시 59세의 추사가 그린 그림으로 자신이 처한 물리적, 정신적 고통과 메마름을 먹과 거친 필선을 이용해 사실적으로 표현한 걸작으로 꼽힌다. 

손창근씨는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1903~1983) 선생과 자신이 대(代)를 이어 모은 이른바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300여점을 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다. 

수월관음도는 불경인 ‘화엄경’의 ‘입법계품’에 나오는 관음보살의 거처와 형상을 묘사한 회화로, 윤 회장은 2016년 일본의 소장가로부터 이를 사들여 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관람객이 쉽고 편안하게 기증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활용해 전시품을 배경 영상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고, 2월부터는 인공지능 전시 안내 로봇 ‘큐아이’가 전시 구성을 설명할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국보급 기증품에서부터 고화질 영상, 인공지능(AI) 전시 안내까지 다채롭고 풍성한 내용으로 사랑받는 전시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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