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를 향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현장의 영세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은 당초 지난 9일 막을 내린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지도부가 정치 현안을 좇느라 법안 처리에 신경 쓰지 못해 좌절됐다. 유예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중기·영세업체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상황이 됐다. 이대로라면 중대재해법은 오는 27일부터 곧바로 시행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법 개정안은 적용시기를 2년 더 연장, 오는 2026년 1월27일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기업수는 전국적으로 83만7000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무려 80%가 아직 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처럼 많은 중소기업들이 법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법을 시행하면 중소기업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 피해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지역경제에도 미치게 된다.

윤 대통령은 “가뜩이나 우리 영세기업들이 고금리·고물가로 힘든 상황인데 이렇게 짐을 지우게 돼 중소기업이 더 존속하기 어렵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근로자와 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들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연초부터 각 분야에서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과도한 가계부채,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애매모호한 조항과 처벌 위주의 기조로 산재 예방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자칫 범법자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애초부터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법을 안 지키는 것이 아니라 못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울산같은 전형적인 제조업 도시의 중소기업은 대부분 하청업체여서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자칫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사주라도 구속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83만명이 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생사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여야는 법 전면 시행일인 27일 이전에 반드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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