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이 ‘에코폴리스(친환경도시) 울산 선언’ 20주년을 맞는 시점에 국내 처음으로 유네스코 생태수문학 시범유역(UNESCO Ecohydrology Demonstration Site)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러운 강으로 낙인찍혔던 태화강이 친환경도시 선언 20년만에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가장 깨끗한 강으로 탈바꿈한 것은 울산시민들의 승리이자 울산시의 승리다. 태화강은 그런 점에서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강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나아가 세계의 하천으로서 임무를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유네스코가 선정한 생태수문학 시범유역은, 지구적 물 위기를 극복하고 생태수문학적으로 우수한 하천을 전 세계에 알려 관리기법과 기술을 전파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까지 26개국 37개 시범유역이 선정·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울산 태화강과 대전 갑천이 선정됐다. 생태수문학이란, 수문학과 생태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하천 접근법이다.

이번 선정은 지난 2022년 10월 유네스코 전문가회의에서 태화강이 시범유역 추천지로 선정됨에 따라 울산시가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2022년 12월 전문가 심사단 평가와 2023년 10월 생태수문학 전문가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12월 말 최종 선정이 결정됐다. 전문가평가단은 울산시가 태화강종합계획에 따라 수질을 대폭 개선하고 강변을 자연형 호안으로 변화시켜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시키고, 새들이 서식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크게 바꾼 점을 높이 평가했다.

사실 태화강은 지난 1962년 공업화·도시화가 급작스럽게 시작되면서 수질이 5급수로 떨어졌고, 용존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새들은 오염된 물고기를 먹어 폐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가정에서는 오수가 태화강으로 쏟아졌고, 강가에는 오물이 갇혀 악취를 풍겼다. 이에 울산시는 2004년 ‘에코폴리스 울산’을 선언하고 2005년 태화강종합계획을 수립, 10여년 동안 755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50여개 사업을 펼쳐나갔다. 그 결과 전국 최대의 철새도래지가 됐으며 태화강 일대는 아름다운 국가정원으로 변모했다.

태화강이 우여곡절 끝에 전국 최고의 강으로 거듭난 것은 오로지 시민들의 희생 때문이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태화강은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모범 하천으로 선정된만큼 많은 사람들이 견학을 하러 올 것이다. 울산도 이제는 국제 도시로서의 역할을 다 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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