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상아 울산 연암초등학교 교사

학교에서 1월과 2월은 준비의 기간이다. 종업식과 졸업식을 마치고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했던가. 소설 <어린 왕자>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우주를 유행하다가 지구촌에 불시착한 ‘어린 왕자’, 즉 ‘우주의 여행자’라고 한다.

미지의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에게 기름을 채우거나 시동을 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는지, 왜 그곳에 가고 싶은지가 아닐까?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가치 있는 여정인지, 두려움보다 즐거움과 열정이란 연료가 더 많이 채워져 있는지.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는 시기가 바로 1~2월이다.

담임을 맡은 5학년 학급에서 “선생님, 우리 반 그대로 6학년으로 올라가면 안 돼요?”라고 묻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웃으며 넘어가지만, 속으로 ‘그새 정이 많이 들었구나’라는 애틋한 마음과 함께 ‘새로운 교실, 친구, 선생님을 맞이하는 게 걱정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은 교사, 보호자에게도 있다. 교사로서 4년 차가 되어보니 학기 말이 되면 서로 익숙해진 학생들과 헤어지기 아쉽다는 생각과 함께 내년에는 어떤 학년을 희망할지 고민이 된다. 담임과 학생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던데, 혹시나 학습 성향이 맞지 않는 학생들을 만나거나 그들이 따르지 못하는 담임이 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보호자 역시 이 두려움에서 피해 갈 수 없나 보다. 12월부터 방학식 전까지 보호자와 나누는 상담의 대부분이 반 편성에 관한 내용이다. 필자는 올해도 이미 열 통 넘게 받았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OOO랑 다른 반이 됐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에서 새로운 길을 걱정한 나머지 미리 예쁘게 닦아두고픈 보호자의 마음이 묻어나온다.

이 두려움을 기대와 설렘으로 바꾸기 위해서, 지난해를 떠올리며 오롯이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는 흔히 ‘다꾸’라고 하는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며 1년을 정리하고 새해의 목표를 정한다. 올해는 학생들과 2024년 달력을 채워 넣으며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교육의 3주체 모두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1, 2월을 그저 방학이니까 노는 시간, 학기 시작 전 애매한 시간으로 흘려보내지 말고 새 출발을 위한 준비의 시간, 추억을 쌓는 휴식의 시간으로 잡아 두기를 바란다.

여행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낭만이 있어서 행복하지만, 목적지에 맞게 목표와 계획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목표가 없는 여정은 방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학기를 맞는 교육 주체가 방황하는 나그네가 아닌 소중한 것을 찾는 삶의 여행자로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배상아 울산 연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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